[르포] 추수 코앞에 두고, 태풍에 잠긴 '한반도'…농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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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수 코앞에 두고, 태풍에 잠긴 '한반도'…농민 한숨
  • 연합뉴스
  • 승인 2019.09.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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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도 원점…방역 다시 하느라 진땀
태풍 지나간 '한반도'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의 느러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휘감고 도는 영산강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진흙탕으로 변했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태풍 지나간 '한반도'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의 느러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휘감고 도는 영산강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진흙탕으로 변했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추수라는 한 해 농사의 목표가 바로 앞에 있었는데, 도착점을 코앞에 두고 태풍에 발목 잡혀 넘어진 셈이네요."

태풍 '타파'가 전남 들녘을 휩쓸고 지난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의 동강면 일대를 휘돌며 흐르는 영산강은 온통 황토가 섞인 빗물이 흘러들어 흙탕 빛이었다.

나주시 동강면 느러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양의 지형은 흙탕물이 가득한 물에 둘러싸여 태풍피해를 본 우리나라 곳곳의 모습을 절묘하게 대변했다.

이곳 주변 일대는 이번 태풍으로 논이 물에 잠기는 침수피해를 무수히 봤다.

주로 간척지가 큰 피해를 봤는데, 이번 태풍피해로 전남 지역 침수 피해를 본 496ha의 농지의 절반가량인 210ha가 나주시의 논에서 발생했다.

태풍의 생채기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 간척지의 벼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물에 잠기고, 쓰러진 피해를 본 모습이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태풍의 생채기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 간척지의 벼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물에 잠기고, 쓰러진 피해를 본 모습이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동강면의 간척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전날 잠긴 논에서 물을 퍼내느라 분주했다.

빠르게 물을 빼내, 말리면 벌써 누렇게 알곡이 여문 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배수펌프를 돌리는 농민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지난 태풍 '링링'에 쓰려져 미처 세우지 못한 도복 피해 벼들은 이번 태풍에도 또다시 쓰러져 일부 논에서는 제대로 서 있는 벼보다 넘어진 벼를 찾기가 더 쉬울 정도였다.

새들을 질척한 논밭을 거닐며 쓰러져 물에 잠긴 나락을 여유롭게 파먹고 날아갔지만, 농민들 마음에는 깊은 생채기가 남았다.

나주 들에서 만난 박모(80)씨는 "지난 태풍에 쓰러진 벼를 세우지도 못했는데, 잇따른 태풍에 피해를 봐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며 "추수를 앞두고 큰 피해를 봐 상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침수 피해 논은 물을 빠르게 빼내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겠지만, 도복 피해 논은 벼를 세운다고 하더라도 이삭에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 등으로 수확량 감소 등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추수 앞두고 태풍 피해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 간척지의 벼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물에 잠기고, 쓰러진 피해를 본 모습이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추수 앞두고 태풍 피해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동강면 간척지의 벼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물에 잠기고, 쓰러진 피해를 본 모습이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태풍 피해 복구에 분주하긴 돼지 사육 농가도 마찬가지였다.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서 뿌려놓은 생석회와 방역 약품이 모두 씻겨 나가 방역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주시 방역 당국은 이른 아침부터 생석회 등 방역용품을 농가에 다시 보급하고, 집단 돼지 사육 농가는 직접 나서 방역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돼지 사육 농가가 밀집한 노안면 현애마을 입구에서는 나주시 방역원들이 방역 초소를 다시 세우고 마을 출입을 통제하며 마을 내부를 꼼꼼히 다시 방역하기도 했다.

나주시 방역 담당자는 "태풍 탓에 그동안 농가와 방역 당국이 고생에 쌓은 방역 장벽이 무너진 셈이다"며 "고생스럽더라도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시 방역을 하나하나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풍이 지난후 방역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집단 돼지 사육 마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뿌린 석회와 소독약품 등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휩쓸려가, 나주시 등이 다시 방역하고 있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태풍이 지난후 방역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집단 돼지 사육 마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뿌린 석회와 소독약품 등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휩쓸려가, 나주시 등이 다시 방역하고 있다. 2019.9.2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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