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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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블랙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나
  • 연합뉴스
  • 승인 2019.09.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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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회 대정부질문이 여지없이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점철되었다. 예상된 일이지만 조 장관 이슈가 다른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조국 블랙홀' 현상이 지속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대정부질문 문답 과정에선 조 장관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에 너무 놀란 아내의 건강 상태를 배려해 달라고 했을 뿐 수사 지휘를 하거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명백한 직권남용 행위라며 조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거나 "오해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자신과 가족 사건 수사에 대해선 보고도 안 받고 지휘도 안 한다고 공언한 조 장관이 더는 부적절하거나 오해 살만한 행위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처신은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하물며 조 장관은 자신과 관련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에 이해충돌 우려가 상존하므로 한층 더 조심해야 한다.

의도했든, 안 했든 정치 과정에 깊숙하게 얽히게 된 검찰 역시 엄정하면서도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여성만 있는 집에서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한 것은 과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질문에 검찰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끊이지 않는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은 또한 어떤가. 이 총리는 "검찰이 장관의 부탁을 문제 삼는다면 검찰 스스로의 태도도 되돌아보는 균형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검찰은 오로지 진실을 가려내는 수사에만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누구 말처럼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면 정말 곤란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통제받지 않은 채 정치를 움직이고 세상을 쥐락펴락한다면 '검찰 공화국' 소리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하라고 말했다. 법, 제도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찰이 검찰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하라고도 했다. 그 자신이 법률가이자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검찰 개혁을 지지하고 조 장관 가족 수사가 과도하다고 여기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가 적절하다는 여론도 많은 만큼 문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세력은 종합적인 여론을 두루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민생 법안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경제활력 촉진 입법, 선거법 개정, 검찰 개혁 의제 등을 다루기에도 벅찬 국회도 조국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연일 주요 미디어도 관련 보도로 넘쳐나 어지러울 지경이다. 여론의 피로도도 누증하여 지치고 지겹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히 당부하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요 야당이 국회에서 협력 정치에 나설 가능성은 더 감소했다는 점이다. 여권이 조 장관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 대결과 진영 논리는 더 강고해지는 흐름을 보여 걱정이다. 그나마 검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야 여론 변화나 정국 진정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전에라도 필수불가결한 민생 의제들은 갈등을 피하여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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