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검찰은 다시 일어선 '촛불' 외침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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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검찰은 다시 일어선 '촛불' 외침 듣고 있나
  • 연합뉴스
  • 승인 2019.09.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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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반포대로와 서초대로 1.6㎞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집회가 시작된 오후 6시 즈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곳을 다녀간 시민은 수십만명이었다. 100만~150만명이라는 추산도 있었다. 어린이, 청년, 장년, 노인, 중산층,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참가자의 규모와 다양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했던 2016년 말 촛불 집회를 떠올린다. 그때만큼이나 지금의 '조국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 분노와 나라 걱정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 개혁 촛불 집회 바로 옆에서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소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도 질서를 유지했고, 충돌을 자제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요구는 조국 법무장관 문제를 둘러싼 지나친 정쟁 중단, 검찰의 정치개입 중지, 검찰 개혁이었다.

정치권과 검찰은 다시 일어선 촛불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시민들이 '조국 블랙홀'을 지켜보다 못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조 장관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지난달 9일부터 지금까지 한 달 반 넘도록 정치는 멈춰 섰다. 여야 정치권은 조국 떨어뜨리기와 지키기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안보, 외교의 국가 중대사는 조국 논란에 묻혔다.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는 정치 개입, 과잉 수사, 피의사실 유포 논란을 낳았다. 이 문제들은 그동안 검찰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것들이다. 더 큰 문제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나랏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여야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들은 정부 여당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조국 문제를 활용하는 데 혈안이 된 듯이 보인다. 여당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으로 조 장관을 방어하는 것 같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정국을 수습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과 혼란을 가중하는 검찰이 시민들에게 촛불을 다시 들게 했다.

조 장관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은 경중을 판단하고 중요성에 비례해 사안을 다뤄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이 곧 닥친다. 지금처럼 만사 제쳐놓고 정쟁을 계속한다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당은 이미 국민 지지를 많이 잃었다. 야당들도 정치 공세만으로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행사하는 데 정치 개입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검찰이 원칙과 법률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믿고 싶다.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용기는 평가받을 만하다. 검찰은 정도 수사로 조 장관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 다만 장관 지명자 인사청문회 전 압수수색, 본인 소환 없이 단행된 조 장관 부인 기소, 먼지털기식 수사가 지나치다고 보는 국민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해야 할 국민이 거리로 나선 데 대해 정치권과 검찰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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