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뚫린 물가…정부 "일시 하락", 전문가 "디플레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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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뚫린 물가…정부 "일시 하락", 전문가 "디플레 경계를"
  • 연합뉴스
  • 승인 2019.10.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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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 두달째 하락…정부 "공급요인 때문" 전문가 "수요측면도 주목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며 공급측·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성장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수요측 물가 하방 압력이 문제라며 지금과 같은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된다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상 첫 두 달째 마이너스 물가 왜?

물가 (PG)
물가 (PG)

1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해 1965년 통계 집계 후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8월에도 0.04% 떨어져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물가 행진은 2개월째 지속된는 셈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부는 수요측 물가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무상교육 도입 등 정책적 요인으로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급등했던 농산물가격이 올해 크게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8월 -0.6%포인트→9월 -0.76%포인트)가 커졌고,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8월 -0.17%포인트→9월 -0.26%포인트)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률 하락에 기여하는 효과가 8월(-0.77%포인트), 9월(-1.01%포인트)로 커졌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하반기에 시행된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 확대가 9월 물가상승률을 추가적으로 약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런 공급측·정책적 효과로 개인서비스물가 상승이 끌어올린 물가 상승요인(0.84%포인트)이 상쇄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작년에 전년 대비 물가가 9월 2.1%, 10월 2.0%, 11월 2.0% 등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달간의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우리의 경우 공급측 충격에 의한 2∼3개월 단기간에 걸친 물가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작년 높았던 물가의 기저효과와 낮은 농산물가격 등 공급측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경제전문가 "수요측 물가 하방 압력 문제…디플레 우려"

소비자물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껏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지난 9월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자물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상승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껏 가장 낮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지난 9월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며 공급측 요인을 강조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수요측 물가 하방압력이 문제라며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증폭된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마이너스 물가는 공급측 요인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지며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것도 문제"라며 "서비스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류 가격이 올랐고 유류세 인하 정책이 종료됐고,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 상승 요인도 있었는데도 전체 물가가 마이너스가 나온 것은 수요가 굉장히 약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득이 잘 늘어나지 않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으며 소비가 잘 안 되는 점을 보자면 수요측 물가 하방 압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분명히 있으며,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한 다음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가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높은 체감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미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공급측 요인을 강조하지만 마이너스 물가에는 수요 둔화의 영향이 강력하게 존재한다"면서 "마이너스 물가가 현재 경기 상황 위축과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향후 경기 추가 하락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노동시장 비용 증가의 충격을 막는 조처, 확장적인 재정 정책, 완화적 통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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