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좌절의 삶 김우중…그가 남긴 두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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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좌절의 삶 김우중…그가 남긴 두가지 교훈
  • 연합뉴스
  • 승인 2019.12.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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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압축 성장의 상징이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아프리카 오지, 갓 개방을 시작한 구공산권 등 세계 곳곳에서 맹렬하게 사업을 벌였다. 저서 제목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그의 활약은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 치중했던 '세계 경영 신화'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외부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의 흥망은 저성장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본받을 만한 전범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의 사례이다.

샐러리맨 출신으로 만 30세에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10평 남짓한 조그만 사무실을 차려 사업을 시작한 김우중 전 회장의 열정은 뜨거웠고, 경영 성과는 눈부셨다. 대우는 30여년만에 현대 그룹에 이어 자산규모 국내 2위의 재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에서 일하는 임직원만도 30만명이 넘었다.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했다. 특히 선진국 기업들이 진출을 주저하던 지역에서 거침없이 사업을 벌여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우그룹의 급격한 성장에는 다른 여느 그룹과 마찬가지로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의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도 도전 정신에 대한 그의 신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대우그룹과 김우중 전 회장의 성공은 IMF 사태를 계기로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때 밀월관계였던 당시 김대중 정부와 위기 극복의 방법론에서 현격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었고, 결정적으로 엄청난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때 대우의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던 공격적 차입경영이 독이 된 것이다. 결국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그룹은 공중분해 됐다.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은 경영 실패가 아니라 당시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해체라고 주장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수십조원의 분식회계와 10조원가량의 사기대출 등이 보여주듯 대우그룹이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부실한' 상태였던 것만은 분명했다.

대우그룹의 몰락은 국가 경제 전체에 큰 피해를 남겼다.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고, 많은 혈세가 투입됐다. 무리하게 빚을 내 과잉투자를 하는 방만 경영이 궁극적으로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불굴의 도전정신만은 어느 시대든 본받을 만한 중요한 가치이다. 재벌 총수가 창업 3,4세로 내려가면서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과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은 김우중 전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그의 성공과 실패를 다시 곱씹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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