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 녹이는 기부 릴레이…개인기부 감소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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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한파 녹이는 기부 릴레이…개인기부 감소는 아쉽다
  • 연합뉴스
  • 승인 2019.12.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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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연말이다. 올해도 기업이나 정부 기관, 학교, 각종 단체와 개인의 아름다운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거액 기부자로 알려진 '얼굴 없는 천사'들이 어김없이 나타나 세밑 추위에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지만 뜨거운 사랑을 쾌척하는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에서는 잔잔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곳곳에 드리워지며 여느 때보다 세태가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선행을 보면 세상이 아직도 메마르지는 않았다는 희망이 생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현황을 알리는 서울 광화문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24일 기준 지난해보다 10도나 높은 46도까지 올라갔다. 모금액도 1천936억원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280억원 정도 늘었다고 한다.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31일까지 목표액(4천257억원)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오르며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가 된다. 모금 진도가 예년에 비해 높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경제적 양극화가 기부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성탄을 앞두고 기업이나 기관의 거액 기부가 일시적으로 몰려 전체 모금액은 늘었으나 개인 기부자 수는 지난해 이맘때 65만8천명에서 올해는 50만1천명으로 15만명 이상 줄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기업들보다는 경기침체에 더욱 민감하게 영향받는 개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탓이 아닌가 싶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기부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마음은 분명 아름답다. 기부자 한명 한명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이 없지만 이름도 밝히지 않고 매년 거액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는 우리를 감동케 한다. 구세군에 따르면 보름 전쯤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서울 동대문 청량리역 구세군 냄비에 1억1천400만1천4원이 적힌 수표가 담긴 봉투 하나를 넣고 떠났다. 기부금액은 마치 천사(1004)를 의미하는 듯하다. 구세군 관계자는 "이런 미담 사례가 연말연시 국민의 마음을 녹여줄 훈훈한 소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도 이런 익명의 기부자들이 거액을 쾌척했다고 한다. 1급 시각 장애자로 매주 3차례씩 신장투석까지 받으면서 무연고 요양 생활을 하는 60대가 어렵게 한푼 두푼 모은 100만원을 선뜻 내놓은 일도 있었고 저금통에 모은 동전을 5년째 기부한 초등생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기부 릴레이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공동체의 건강함을 느낄 수 있다.

통계청 '2019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기부할 생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25.6%로 2017년보다 1.1% 포인트 줄었고, 2011년에 비해서는 10.8% 포인트 떨어졌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 것을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이 거액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기부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공동체의 온기를 더욱 높인다. 경기 탓이겠지만 올해 개인 기부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아쉽다. 오늘 성탄을 맞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개인 기부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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