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끝 국회통과한 공수처법…'공직자 비리' 파수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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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끝 국회통과한 공수처법…'공직자 비리' 파수꾼돼야
  • 연합뉴스
  • 승인 2019.12.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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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집단 퇴장 속에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단일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탈표 내지 반란표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찬성표가 159표에 달했다.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에 포함돼 논의가 시작된 1996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공수처 탄생에 장장 23년이 걸린 셈이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엄정히 수사하기 위한 독립된 기구 필요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맞물려 새천년을 맞아 국회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가 다수 이어졌으나 이해 주체들의 반발 등에 부딪혀 번번이 폐기됐다. 그러다 20대 국회 들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여야 4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이후 급류를 탄 끝에 해를 넘기지 않고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의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제1야당인 한국당이 끝까지 법안 숙의와 타협 과정에 함께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

신설되는 공수처는 대통령과 3부 요인,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을 수사한다. 검사와 수사관을 각 25명, 40명 이내로 두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까지 가진다. 다만 이들을 뺀 대상에 대해선 검찰 기소권을 인정해 공수처 힘쏠림 방지를 꾀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일부라도 기소권을 갖는 것은 비대한 권한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정치탄압 우려는 있지만, 국회의원이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음도 정치권은 고려해야 한다.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에 국회 추천(여 2·야 2) 인사까지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했다.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진 않았으나 전원 합의에 가까운 가중 다수결 추천을 못박고 인사청문회까지 거치게 한 것은 국회 관여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처장은 기구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관건이 되는 인물이므로 국회 동의에 준하는 인사가 이뤄져야 바람직할 것이다.

여러 전망과 제언이 쏟아지고 있으나 공수처의 미래와 기대효과는 미지수다. 전인미답의 길이니 당연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정권의 시녀' 소리를 듣던 옛 검찰의 모습이 아니라 신뢰받는 국민의 충복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애초 살아있는 권력의 고위공직자나 제 식구 사건을 뭉개는 검찰 탓에 공수처 아이디어가 잉태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조국 정국'을 지나며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마치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여권의 목소리가 분출했지만 기실 둘은 같지 않다. 공수처는 검찰 권력 분산의 한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역으로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덜 보고 수사하는 현재 검찰에 견줘, 외려 공수처가 정권의 충견이 되어 권력형 사건을 덮을 거라는 야권의 목소리가 지속하는 것도 공수처는 듣기엔 거북하겠지만 새겨야할 부분이다. 물론 이게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조국 가족 의혹,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향배가 향후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 설정, 그리고 공수처 진로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가 정권의 성격에 따라 전변(轉變)하는 기구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여전히 강력한 대통령 인사권의 억제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력화·충견화 견제 필요성도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다. 공수처는 홍콩 '염정공서'와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들 사례를 참고하면서 운용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주저 없이 시정하고 필요하다면 보완 입법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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