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찰총장 의견 청취 없는 검사 인사는 위법?
상태바
[팩트체크] 검찰총장 의견 청취 없는 검사 인사는 위법?
  • 연합뉴스
  • 승인 2020.01.09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갈등 계기 검찰청법 34조 재조명
전문가 "위법·위헌 소지" vs "시도했으나 총장이 불응…문제없어"
검사인사 놓고 갈등한 법무·검찰 수장지난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과천 법무부 건물을 빠져나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8일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는 추 장관(오른쪽). 2020.1.8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사인사 놓고 갈등한 법무·검찰 수장
지난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과천 법무부 건물을 빠져나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8일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는 추 장관(오른쪽). 2020.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처음 단행된 8일 검사장급 인사의 내용을 놓고 여론이 양분되는 가운데, 해당 인사의 절차상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추 장관이 윤 총장 의견을 들으려 시도했으나 윤 총장이 응하지 않았기에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그러자 추 장관이 8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를 30분 앞두고 인사안과 관련한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대검에 통보한 것은 실질적 의견 청취 시도라기보다는 '요식행위'라는 재반박도 나왔다.

법학자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한 조문이 검찰청법에 들어간 것은 검찰청법상 총장을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제78조)하도록 규정한 헌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법에서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은 위반 시 처벌을 전제로 한 '강행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당 조문을 참고해서 인사를 하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번에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큰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사의 형식보다는 인사의 내용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정법 발효 시점 기준으로 2004년 명문화한 검찰청법 34조 1항의 검사 인사 관련 검찰총장 의견 청취 규정은 법무부와 검찰 간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에 일부 손을 댄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무장관이 검사 인사권(인사 제청권)을 쥐되 수사 개입은 최소화하게 하고, 검찰총장은 수사를 장악하는 대신 인사의 전권은 법무장관에게 넘기도록 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던 데서,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발언권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미세 조정을 가한 것이었다.

사실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의견 청취'가 명문화하기 전부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검사 인사 협의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검찰 인사, 특히 검사장급 인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인 청와대 민정수석, 제청권자인 법무 장관, 검찰청 수장인 검찰총장 등 3자, 또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양자의 협의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던 것이다.

때로 특정 보직 인사를 놓고 장관과 총장 간에 이견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충돌은 거의 없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찰 '선후배' 관계일 때가 많아 서로 사정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참여정부 시절 강금실 법무장관(좌)과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를 놓고 갈등과 봉합의 과정을 반복한 바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참여정부 시절 강금실 법무장관(좌)과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를 놓고 갈등과 봉합의 과정을 반복한 바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상황에서 '검찰총장 의견 청취'가 법에 명문화한 데는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개혁의 '명'을 받고 취임한 판사 출신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이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검찰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사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하도록 법에 못 박길 원했지만 법무부는 '장관의 인사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맞섰고, 결국 '검찰총장 의견청취'를 명문화하는 쪽으로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