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충돌' 지혜롭게 풀고 검찰개혁 매조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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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충돌' 지혜롭게 풀고 검찰개혁 매조지 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20.01.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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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대거 물갈이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듯하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에 윤 총장이 항명했다는 입장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무력화라는 비판 속에 일각에선 '검찰 학살'이라는 섬뜩한 주장마저 나온다. 여권은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서 이번 인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전방위로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검찰은 직접 반발은 자제하면서도 주요 사건 지휘부 교체를 사흘 앞둔 10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오히려 수사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을 만들 때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대검에 지시했다. 이를 두고 이번 인사로 팔다리가 잘린 처지가 된 윤 총장이 전국으로 흩어진 검사들을 모아 특별수사팀을 만드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일촉즉발의 긴박감이 감도는 가운데 조만간 있을 중간간부급 후속 인사가 갈등 확산 혹은 진정 국면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개입 의혹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비정상적 대치 국면을 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검찰 항명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인사 조처 가능성까지 제기되지만, 임기가 법률로 보장된 검찰총장을 흔드는 듯한 모양새는 근본 해결책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법무부와 검찰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 장관은 인사 당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를 30분 남기고 윤 총장 의견을 듣겠다며 법무부로 호출했지만, 면담은 불발했다. 윤 총장이 요식행위라는 이유로 장관 호출을 거부한 것은 명분에서도 밀리고 대외적인 설득력도 떨어진다. 추 장관이 그동안 관행과 달리 인사안을 제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위 개최 직전에야 의견을 내러 오라고 통보한 것도 썩 자연스럽지는 않다. 각자 일찌감치 입장을 정해놓고 대화 노력은 포기한 채 서로 유리한 명분 쌓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제1야당은 강 건너 불구경을 넘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들고나왔다. 오랜 세월 검찰 개혁을 염원해 온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정파성을 띠었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한국당이 검찰 인사와 관련해 추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사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검찰에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고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또 다른 시빗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국당은 검찰 인사와 관련해 추 장관 탄핵소추안과 함께 '청와대·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방해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 개혁 논의 과정에서 줄곧 검찰을 옹호하는 듯했던 태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극단적 갈등이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과 정부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검찰은 대통령이 인사권자라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정부와 여권도 검찰과 치고받는 식으로는 개혁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 공정하면서도 상식적인 차원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 당연한 전제다. 그래서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을 대상으로 한 후속 인사에서 기존 수사팀이 완전히 해체된다면 일련의 인적쇄신 의도를 '살아있는 권력 수사 제동'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때는 검찰과 여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필수보직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 검찰 인사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 개혁의 명분과 정당성도 상당 부분 훼손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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