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불안 키우는 가짜뉴스, 혐오·배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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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불안 키우는 가짜뉴스, 혐오·배제 경계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20.01.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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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해 지구촌이 초비상 상태다. 이에 따라 근거 없이 왜곡된 정보와 부풀려진 공포감도 만연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호기심과 불안 심리에 편승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수도권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자가 나왔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등장했다. 해당 게시글에 공유와 댓글이 줄을 이으며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지만,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라며 환자들이 중국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영상이나 병원 침상에서 괴로워하는 모습 등이 동영상으로 퍼졌다. 해당 영상들이 실제 우한 폐렴 감염자들을 촬영한 것이 맞는지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호기심과 극도의 공포심만 자극할 뿐이다. 중국인 블로거가 서태평양 섬나라에서 찍은 박쥐 요리를 먹는 동영상은 우한에서 촬영된 것으로 오인돼 돌아다닌다.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대처해도 힘에 부칠 판에 무책임하게 혼란을 가중하는 행태들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중국인들을 향한 '전염 공포'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29일 오전까지 57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급속 확산에 대한 염려 탓이지만, 입국 금지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입국 금지가 영토국의 주권 사항이고 우리 헌법과 법률 규정으로도 전염병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입국을 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중시하는 국제 관계와 국제 인권 규범을 고려하면 섣불리 실행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직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 내 특정 지역 거주자 등을 상대로 한 제한적인 입국 금지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런 결정에도 뚜렷한 근거와 다각도의 신중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과하다고 할 정도로 신속, 과감하게 선제적 조처를 한다는 원칙은 지켜야겠지만, 그런 노력이 자칫 혐오와 배제로 변질하는 상황은 늘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불똥은 유럽에 거주하는 교민사회에도 튀었다. 우리 교민이 중국인으로 오인돼 인종차별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어 불쾌감과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재불 교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상점에서 점원이 지폐나 동전을 손으로 받지 않고 테이블에 놓으라고 불쾌하게 손짓을 한다거나, 학교에서 교사가 아시아계 학생에게만 손 세정제 사용을 강권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한 아시아계 프랑스인은 거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다"는 비웃음을 듣기도 했다고 방송에서 털어놓았다. 관광객이든 체류자이든 중국인이 많은 한국에서도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일상을 함께 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지나친 경계의 시선이 혐오와 차별로 비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혐오의 대상이 되길 두려워하다 보면 자칫 신고를 꺼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한에서 국내로 송환되는 내국인 격리 장소를 두고도 논란이 인다.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지혜를 모아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당국의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과학적이고 냉철한 대처가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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