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제1수원지서 동복수원지까지'…광주 수돗물 100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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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제1수원지서 동복수원지까지'…광주 수돗물 100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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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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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증심사 계곡서 첫 통수 후 올해로 만 100년
급수난은 해소…노후관 교체, 유수율 개선, 사고 방지 등 과제
동복수원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복수원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 시민이 수돗물을 마신 지 올해로 딱 100년이 됐다.

지하수, 하천수, 우물물을 대체한 수돗물은 그동안 기술이나 질적 측면에서 획기적 성장을 거듭했다.

'빛여울수'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광주 수돗물은 시민 복지이자 권리로서 마시는 물의 이미지를 다지고자 또 한 세기를 준비하게 됐다.

12일 광주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발간 중인 '상수도 100년사'에 따르면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몰려들기 전까지 국내 음용수는 우물, 하천 등에 의존했다.

그러나 1890년대부터 콜레라 등 질병이 만연하면서 근대식 상수도 도입 요구가 나왔다.

광주에서도 1917년 7월 광주 수도 기공식이 열린 뒤 3년간 공사 끝에 1920년 5월 30일 역사적인 제1수원지 통수식이 열렸다.

전국 15번째 통수로 광주 상수도 100년 역사의 첫 장이었다.

수원지는 지한면 운림리(현 동구 운림동) 무등산 증심사 계곡에 위치했다.

당시 상수도 공급은 광주에 사는 일본인들을 위한 것으로 전남도와 광주면 주관으로 이뤄졌다.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1920년 5월 31일 자에 '空前絶後(공전절후)의 大盛況裡(대성황리)에 光州水道通水式 擧行(광주수도통수식 거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936년은 통수 후 처음으로 대규모 상수도 확장 사업이 추진된 의미 있는 해였다.

재정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친 수도 확장공사는 1942년 12월에야 조선총독부로부터 준공 인가를 받게 됐다.

제2수원지로 불리는 이곳은 지금까지도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상수도의 안정적 공급은 무엇보다 급한 일이었지만 1950년 전쟁 발발로 수도 인프라는 상당 부분 파괴됐다.

1960∼1970년대 경제 성장기 인구증가는 고질적인 급수난을 낳기도 했다.

수도요금은 해마다 10∼20%씩 오르고, 1960년대 후반부터 요금 부과업무를 맡은 검침원들의 횡포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데도 계량기가 돌아가는 현상에 과다 부과된 요금을 '바람세'라고 부르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 사이 1957년 북구 동림동 일대 극락강 산동교 중류에 흐르는 물을 막아 제3수원지가 준공되고 1962년에는 북구 무등산 자락 청옥동 계곡에 제4수원지가 생겼다.

동복수원지 준설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복수원지 준설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1년 준공된 동복수원지는 격일제, 3일제 등 제한급수가 예사로웠던 광주 상수도가 무제한 급수를 가능하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정시채 광주시장은 동복수원지 통수식에서 "일본인들이 계획만 하고 말았던 일을 우리 힘으로 해냈으며 6일제 급수, 차량 급수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런데도 1970년대 내내 광주시 평균 급수율은 52∼73%에 그쳤다.

1985년 6월 완공된 동복수원지 확장 공사는 광주의 급수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이 됐다.

화순 주민들에게는 3차례에 걸친 수몰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픔의 역사이기도 했다.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화순 적벽(赤壁)도 상당 부분 물에 잠겼다.

1990년 광주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출범하면서 수돗물 공급은 현대화, 선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07년에는 공모 끝에 빛의 도시 광주 수돗물 브랜드 '빛여울수'가 탄생하기도 했다.

노후 상수도관 교체, 유수율 개선 등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이다.

매년 40㎞ 안팎의 교체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노후관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급수 수입으로 환원되는 수량의 비율을 일컫는 말로 상수도 재정과 직결된다.

2004년 80%를 기록한 뒤 해마다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90%대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수돗물에 이물질이 섞여나오는 등 끊이지 않는 사고도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광주시 상수도 사업본부 관계자는 "광주 상수도가 100년을 맞은 만큼 노후관 정비 등을 통해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생산 원가 절감으로 재정 건전성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수도 사업본부는 100주년을 맞는 5월을 전후해 각종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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