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커피숍·학원 줄줄이 '임시휴무'…자영업자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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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커피숍·학원 줄줄이 '임시휴무'…자영업자 벼랑 끝
  • 연합뉴스
  • 승인 2020.02.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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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두렵다" 상당수 휴업, 월세 걱정에 잠 못 이뤄
임시 휴무 안내문
임시 휴무 안내문

"지금은 무조건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25일 오후 7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삼겹살 판매 식당에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저녁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업주는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고 주변 자영업자들 모두 어려우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인건비나 월세 등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영세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25일 포항시 남구 이동 한 식당 앞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 휴무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처럼 휴무를 선택하는 식당은 포항이나 대구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문을 연 식당도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한 대형 식당 직원은 2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점심에는 그나마 손님이 있지만 저녁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이번 달 말까지 단체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 안그래도 연말연시 직후라 비수기인데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식당 주인은 "하루 종일 기다려도 손님 몇 팀 받기 힘들 지경인데 저녁이 되면 아예 한 팀도 없는 날이 허다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기 수원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많으면 하루 70∼80개 테이블까지 손님이 가득 찼는데 최근에는 10개 테이블을 채우는 것도 버겁다"며 "식자재를 무한정 보관할 수도 없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최모씨는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덩달아 일거리가 줄었다.

최씨는 "다들 외출이나 외식을 삼가면서 자영업자 중에서도 특히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이 힘들다"며 "이런 상황이 한두 달만 이어져도 곳곳에서 폐업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 북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23일부터 문을 닫았다.

토요일인 지난 22일 하루 매출액이 평소 주말의 10%도 안 됐기 때문이다.

이 업주는 "온종일 문을 열어도 인건비마저 안 나와서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주뿐만 아니라 이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4명도 덩달아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월세는 계속 나가는데 가게를 놀릴 수도 없어 운영을 계속하고는 있다"며 "개업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가뜩이나 자리 잡기 어려운데 이런 상황이 두어 달 더 이어지면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중국음식점이나 닭튀김 판매점은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달 위주로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포항 북구 한 중국음식점은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배달 판매만 하기로 했고 남구 또 다른 닭튀김 판매점도 포장 판매나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배달 판매만 하기로 했다.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 한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 당분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셔터 내린 광주 금남지하상가 상점 전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권이 침체된 가운데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 일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영업 중인 상점들도 손님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020.2.26 (사진=연합뉴스)
셔터 내린 광주 금남지하상가 상점
전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권이 침체된 가운데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 일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영업 중인 상점들도 손님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020.2.26 (사진=연합뉴스)

요식업뿐만 아니라 의류매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에는 이가 빠진 것처럼 중간중간 셔터를 내린 상점이 눈에 띄었다.

지하상가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나모(61·여)씨는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 이후 오후 1시가 되도록 개시도 못 했다"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직원의 건강도 걱정돼 당분간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나씨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는 있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경북 대다수 학원은 이미 휴업에 들어갔다. 다른 지역도 문을 닫는 학원이 늘고 있다.

포항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정모(46)씨는 20일부터 휴원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 감염자가 없고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소문 때문에 완전히 간판을 내려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씨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훨씬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 역시 최근 휴업했다.

5인 이하 사업장이어서 무급휴직을 해도 된다지만 강사 생계를 고려해 월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이씨는 "직원 월급에 월세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당분간 참고 버텨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럴 때 건물주들이 월세라도 깎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수원시 광교신도시의 한 학원가 건물은 26일 오후 복도마저 불이 꺼진 채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층마다 3∼4곳씩 있는 학원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중앙 게시판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학생들 안전을 위해 휴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건물 학원 관계자는 "정부가 휴원을 권고함에 따라 3월 초까지 개강을 미뤘다"며 "학생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가 신용보증기관에 돈을 빌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구시민은 이날 오전 대구시내에 있는 대구신용보증재단에 대출상담을 하러 갔지만 이미 신청이 마감돼 27일 아침에 오라는 안내만 받았다.

그마저도 100명 안에 들어야 다음주 월요일께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상담하러 간 일부 시민이 재단 직원에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한 대구시민은 "코로나19 여파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판에 대출받는 것조차 이렇게 힘이 드니 어쩌란 말이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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