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뒷맛] "대파밭 갈아엎는다는데…" 구워 먹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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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뒷맛] "대파밭 갈아엎는다는데…" 구워 먹어 보세요
  • 연합뉴스
  • 승인 2020.02.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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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솟타다와 로메스코 소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칼솟타다와 로메스코 소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파 값 폭락으로 농민들 근심이 짙다.

이번 겨울이 유달리 따뜻했던 데다 비가 자주 내려 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요식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신안·진도 등 겨울 대파 주산지가 몰린 전라남도는 대파값 안정을 목표로 이달 중순까지 올해산 겨울 대파 1만3천t을 산지 폐기했다. 61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달의 제철 농수산물로 대파를 선정하고 "대파의 흰 줄기에는 사과보다 5배 많은 비타민C가 함유돼 있고, 뿌리에는 면역력 증진에 좋은 알리신과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좋다"며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잘 자란 대파, 산지 폐기 지난 11일 오전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한 농가에서 겨울 대파를 갈아엎는 산지 폐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잘 자란 대파, 산지 폐기
지난 11일 오전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한 농가에서 겨울 대파를 갈아엎는 산지 폐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우리 식문화에서 대파는 마늘, 생강처럼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는 양념, 즉 부수적인 식자재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대파 자체를 음식의 주인공으로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 시기 '칼솟(calcot)'이라는 대파 요리를 즐겨 먹는다.

대파를 통째로 구워 소스에 찍어 먹는 별식이다.

칼솟은 본래 카탈루냐어로 파를 의미하고 파를 구운 음식은 칼솟타다(calcotada)가 더 정확한 명칭이다.

카탈루냐 주도인 바르셀로나에서 약 100㎞ 거리인 발스(Valls)라는 도시에서 매년 1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칼솟타다 축제 때는 스페인 전역은 물론 유럽 국가들에서 구운 파를 먹으러 4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린다.

매년 1월 발스에서 열리는 칼솟타다 축제 [발스 지역 공식 홈페이지(https://www.valls.cat) 캡처]
매년 1월 발스에서 열리는 칼솟타다 축제
[발스 지역 공식 홈페이지(https://www.valls.cat) 캡처]

만드는 법은 원시적이라 할 만큼 단순하다. 불 위에 대파를 올려 겉면이 새카맣게 탈 때까지 굽는다. 불에서 내려서는 신문지로 둘둘 말아 안까지 열이 전달되도록 해서 대파 속을 익혀준다.

면장갑을 끼거나 검댕이 묻는 걸 감수한 채 맨손으로 타버린 겉을 몇겹 훌훌 벗겨주면 뭉근히 익은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촉촉하게 익은 흰 줄기 부분만 먹고 녹색 잎은 버린다.

대파는 센 불과 궁합이 좋은 식재료. 칼솟타다는 불 맛이 밴 파 향을 극대화해서 즐길 수 있다. 마늘을 익혀 먹으면 매운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남듯이 구운 파 역시 매운맛은 대부분 사라지고 달큰함이 남는다.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칼솟타다를 제대로 즐기려면 로메스코(romesco)라는 카탈루냐 전통 소스에 찍어 먹는다.

로메스코는 집마다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하지만 주로 구워서 껍질을 벗긴 토마토 또는 파프리카에 올리브유와 식초, 아몬드나 잣 같은 견과류, 마늘, 고춧가루, 민트나 파슬리 등 허브와 소금, 후추를 넣고 걸쭉하게 갈아서 만든다.

로메스코 소스를 푹 찍은 칼솟타다를 역시 직화로 구운 고기류나 빵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와인은 레드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어울린다. 스페인 사람들은 주로 스페인식 거품 와인인 카바(cava)와 함께 즐긴다.

유명 외식사업가 백종원씨도 한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칼솟타다를 소개했다. 그는 "조리 후 파 껍질을 벗겨내기 때문에 파를 씻거나 손질할 필요도 없는 정말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칼솟타다가 대파를 맛있게 대량 소비할 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불에 직접 구워야 한다는 점에서 실내서 해 먹기는 어려움이 있다.

캠핑 등 야외활동이 아니라면 연기가 많이 나는 직화구이가 가능한 마당이나 옥상이 있는 환경은 도시에선 흔치 않기 때문이다.

직화가 어려우면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뿌리와 잎 부분을 제거한 대파 흰 줄기를 넣고 파가 지나치게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살짝 뿌려준 뒤 180도에서 10분 정도 가열한다. 겉면을 벗겨내고 로메스코 소스 등에 찍어 먹으면 전통적인 칼솟타다처럼 불맛이 확 느껴지진 않아도 촉촉한 제철 대파의 속살과 조우할 수 있다.

대파를 구워 먹는 것이 아니더라도 통 대파를 즐기는 방법은 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공식 블로그에 대파를 활용한 음식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로 소개된 대파 치즈스틱은 대파 흰 부부분에 길게 칼집을 내고 심지를 빼낸 뒤 스트링 치즈나 길게 썬 모차렐라를 넣고 밀가루, 달걀 물, 빵가루를 입혀 튀겨 간식이나 안주로 먹는 방법이다.

또한 씻어서 손가락 길이 정도로 썬 대파 줄기에 설탕, 물, 식초, 간장을 모두 같은 비율로 넣어 끓인 절임 물을 뜨거울 때 넣어주고 하루 정도 숙성하면 씹는 맛이 좋은 밑반찬 대파 장아찌가 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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