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캠핑카·요트 잘 팔린다"…코로나19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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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캠핑카·요트 잘 팔린다"…코로나19의 이면
  • 연합뉴스
  • 승인 2020.04.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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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길이 막힌 사람들이 아웃도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캠핑 트레일러와 캠핑카, 요트 등 고급 아웃도어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부유층들이 초호화 요트를 타고 카리브해를 다니거나 지하벙커 등을 마련해 코로나19를 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한국의 경우 중산층들이 고급 레저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승용차나 레저용차량(RV) 뒤에 견인 고리를 장착해 끌고 다니는 캐러밴과 자체 엔진이 달린 캠핑카는 찾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중저가 캐러밴의 경우 수요 증가에 따라 작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30%에 달했다.

캐러밴의 경우 보통 3∼4인용인 3천만원대가 인트로급이며, 4∼6인용 이상은 럭셔리급으로 구분된다.

캐러밴 전문 판매점인 W.K RV 울산점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수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다른 캐러밴 메이커의 매장들도 같은 기간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이런 레저 장비에 대한 수요 증가는 사원 대다수가 장기 무직 휴가에 돌입한 항공업계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여행업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레저 수요를 찾지 못한 중산층들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W.K RV 울산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집안에만 있던 가족들이 갑갑함을 이기지 못하자 안전한 여가활동의 방법으로 캐러밴을 선택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캐러밴이나 엔진이 탑재된 캠핑카의 경우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어디든 정차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힘겹게 펴거나 접을 필요가 없이 주차만 하면 숙박은 물론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개인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며 타인과의 접촉으로부터 자유롭다.

특히 식사의 경우에도 가족끼리만 할 수 있어 식당 등을 이용할 경우와 비교해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텐트를 이용해 오토캠핑에 입문한 사람들 가운데 캐러밴 캠핑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신규 유입 인구 가운데도 여유 있는 사람들은 캐러밴을 원하고 있다.

캠핑카로 즐기는 가족 캠핑
캠핑카로 즐기는 가족 캠핑

억대를 호가하는 캠핑카 수입 시장도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한 캠핑카 수입업체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어차피 캠핑카의 경우 소득 수준과 취향, 연령이 맞는 층에서 수요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정확한 매출 규모를 밝히기를 꺼렸다.

이처럼 고급 레저장비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층은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동서울대학교 관광학부 홍규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답답함을 토로하는 개인들이 늘기 시작했다"면서 "위생 상태가 안전한 레저 수요는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아웃도어 전문가는 "자가격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언제까지나 집에 박혀 있기를 강요하기는 힘들고,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 방법은 욕을 먹을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대당 수천만원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요트도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캐러밴들이 충남지역의 국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 캐러밴들이 충남지역의 국도를 달리고 있다.

3억원대 이상의 초호화 요트를 다루고 있는 에이스요트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판매와 관련된 문의는 오히려 30%가량 늘었다.

에이스요트 이종우 대표는 "코로나19로 접촉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층들의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완비된 요트의 매력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레저문화 등으로 미뤄 코로나19 이후 한국인들의 여가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을 하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떼거리 취미문화'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병웅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여행·레저 문화도 바꾸고 있다"면서 "대규모 여행 상품들은 위축됐지만, 개인과 가족 단위의 여가문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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