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학교 '부끄러운 채용·해임'…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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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립학교 '부끄러운 채용·해임'…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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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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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5∼6배수 압축해 재단이 최종 선발…채용 비리 말 많아
"매관·매직 교육 현장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까"
해임 교사 복직시켜라 [연합뉴스 자료]
해임 교사 복직시켜라 [연합뉴스 자료]

학생과 교육단체까지 가세해 논란이 확산하는 광주 명진고 교사 해임이 채용 과정에서 비위와 연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른 사립학교들의 채용실태 등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교사가 채용에 앞서 학교 법인 전 이사장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립학교와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장휘국 교육감 체제가 들어선 후 사립학교 채용 비리에 대한 의혹이 확산하면서 2016년부터 '사립학교 신규교사 위탁채용 전형 방식'을 도입했다.

공립학교 임용고시와 동일한 날에 필기시험을 치르고 5∼6배수로 압축한다.

사립학교 신규 교사 수요가 있는 2018년 6개교(15명), 2019년 6개교(19명), 2020년 현재까지 16개교(67명)가 시교육청의 위탁채용 방식에 응했다.

사립학교 법인은 이들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실습과 3차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2차 실습과 3차 면접 평가위원은 교육청 추천 1명과 법인 추천 4명으로 구성된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각각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평가위원 점수를 평균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응시생이 최종 선발된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립학교 측에서 얼마든지 평가위원들의 '담합'을 유도하고 응시생들과 '접촉'할 수 있다.

실제 명진고 전 이사장도 이번에 해임된 교사와 접촉해 5천만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시교육청이 사립학교 채용 비리 의혹을 불식시키고자 이러한 전형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들이 "사학재단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등 반발도 컸다.

사립학교가 시험을 보든 면접을 보든 자율적으로 교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낭암학원 관계자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교직원 10명을 채용하는 대가로 7억원을 챙긴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모 사립학교는 이사장 딸들을 채용하는 등 비리가 드러나면서 사립학교 교직원 채용에 대한 공정성 확보 요구 목소리가 커졌다.

2018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9개교에서 이사장의 아들이나 자식, 조카, 5촌 등 9명이 행정실장이나 일반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들의 반발이 있지만,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1차 필기시험을 실시해 최종 선발인원의 5∼6배수를 추려낸 뒤 사립학교 법인에 최종 선발권을 준다"며 "사립학교 법인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명진고의 이번 행태는 사학 인사권 전횡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며 "교육청 위탁채용을 통해 임용된 교사라도 '재단에 밉보이면 파리목숨이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과시한 것으로 정의롭고 소신 있는 교사에게 배울 시민들의 권리를 모독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정모씨는 "지고지순한 교사 자리도 매관매직하고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아이들이 이런 현실을 보고 무엇을 배우고 느낄지 허망하다"고 말했다.

한편 명진고는 최근 모 교사를 해임했다.

이에 광주교사노조는 명진고 전 이사장이 교사채용 과정서 해당 교사에게 5천만원을 요구해 배임수재미수 혐의로 구속된 전후 과정서 해당 교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법인 측의 보복 해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학생들도 해당 교사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해당 교사가 전 이사장의 돈 요구에 두차례 응했다가 거절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임증재미수 혐의로 고발됐고 학교장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등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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