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호우·남부 폭염…찬·더운 공기 이례적인 힘겨루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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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호우·남부 폭염…찬·더운 공기 이례적인 힘겨루기 탓
  • 연합뉴스
  • 승인 2020.08.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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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시베리아 고온에 찬 공기 남하, 장마전선 중부서 발 묶여
기상 특보 발효현황과 레이더영상 (3일 오후 3시)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 특보 발효현황과 레이더영상 (3일 오후 3시)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 폭탄이 쏟아진 중부와 습하고 무더운 남부가 연일 극단적인 날씨 차이를 보인다.

이례적으로 팽창한 북쪽의 찬 공기가 고온다습한 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장마전선이 물러가지 못하고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탓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기상 특보가 내려져 있다.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 중부권에는 호우 특보가, 충청 이남 지역에는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중부와 남부의 경계에 자리한 경북에서 문경 등 북부에는 호우경보가, 포항·경주·김천 등 중남부에는 폭염경보가 동시에 발표됐다.

극단적인 날씨 차는 광역단체 단위보다 좁은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충북 충주에서는 전날 오후 4시까지 시청 등 시내 일부 지역의 하루 강수량이 20㎜ 안팎에 그쳤으나 차로 20분 거리인 북부권역에서는 300㎜ 이상을 기록했다.

엄정면에 341㎜가 쏟아졌고 산척면 338㎜, 소태면 305㎜, 앙성면 248㎜ 등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충북 충주에서 토사에 묻힌 차량 (2020년 8월 2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충주에서 토사에 묻힌 차량 (2020년 8월 2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수량이 9㎜에 그친 달천동에서는 낮에 햇빛도 보여 일부 시민은 '충주가 이렇게 큰 지역이었느냐'는 등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중부 지방은 수일째 지속한 폭우와 물난리로 복구마저 어려운 형편이고, 부산과 광주 등 남부는 밤까지 기승을 부린 더위로 시민이 잠을 설쳤다.

기상청은 찬 공기와 더운 고기압이 장마 전선을 팽팽하게 밀고 당기면서 지역에 따라 '극과 극'의 날씨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년 때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었어야 할 한반도에 지금은 북쪽의 선선한 공기도 함께 머물러 있다.

두 공기 덩어리가 부딪치면서 경계에 낀 중부에는 장마 전선이 정체하게 됐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든 남부에는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수증기까지 공급되면서 중부 지방의 비는 폭우로 힘을 키웠다. 남부에서는 끈적하고 숨 막히는 찜통더위로 나타났다.

중부는 물난리인데 부산은 폭염 (2020년 8월 2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부는 물난리인데 부산은 폭염 (2020년 8월 2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상청은 북극과 시베리아가 올여름 고온 현상을 보이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야 할 찬 공기가 남쪽으로 팽창했고 이례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시냇물처럼 흐르는 찬 공기가 극지방의 고온 현상이라는 바위를 만나 방향을 틀게 됐다는 비유를 덧붙였다.

북상하는 제4호 태풍 '하구핏'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하구핏'은 중국 내륙으로 향하면서 세력이 약해지겠지만 한반도에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겠다"며 "정체 전선이 머무는 중부 지방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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