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코로나 2차 대유행 조짐…시민협조 없으면 공든탑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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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코로나 2차 대유행 조짐…시민협조 없으면 공든탑 무너진다
  • 연합뉴스
  • 승인 2020.08.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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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불과 일주일 전 20명대이던 신규 감염확진자 수는 50명대를 거쳐 100명대로 순식간에 진입하더니 급기야 200명대 후반까지 가파르게 치고 올라섰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79명이었다. 감염의 기세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대구·경북 중심으로 전개됐던 3월 초 1차 대유행의 기시감과 공포감이 몰려온다. 발생지역은 더 큰 우려를 낳는다. 최근 신규 확진자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날 확진자도 서울 141명, 경기 98명으로 두 지역에서만 90%에 해당하는 253명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려 사는 수도권은 감염균의 빠르고 광범위한 전파에 노출될 위험성이 그만큼 커졌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종교시설, 요양 시설,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이 많아 적절한 통제와 방역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로나 확산 저지에 애를 먹을 게 뻔하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서둘러 2단계로 격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한국은 코로나 19 감염사태를 효과적인 방역시스템으로 선방해 왔다. 지난봄 이태원발 감염확산 등 크고 작은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의 헌신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감염확산을 틀어막았다. 이웃 일본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1천명 안팎으로 쏟아져도 우리는 용케도 20-50명 선을 유지하며 방어를 해냈다. 하지만 이런 낮은 수치가 우리 안의 방심과 자만을 유발한 독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새 뉴노멀로 자리 잡은 언택트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코로나 이전 삶의 방식을 급하게 소환한 측면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이 늘어나고, 프로스포츠 경기의 직관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박물관과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다시 문을 열면서 방역의 둑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원점에서 점검해 봐야 한다. 작은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유사한 상황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공동체가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엄격한 방역 준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그래서 16일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시행되는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적인 이행이 중요하다. 인접한 인천도 거의 동일한 생활권이라는 점에서 그에 준하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해 보인다. 엄격해진 방역수칙은 구호로만 그쳐선 안 되고 반드시 지켜져야 고삐 풀린 확산세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이미 우리가 모두 경험했듯이 생활 속 방역의 실천은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다. 광복절인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주최 측이 방역을 최우선 고려사항에 뒀다면 연기 혹은 취소하는 게 마땅했다. 참가자 중에는 감염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섞여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절박한 경고 메시지다.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방역 노력을 종교 탄압으로 연결 짓는 시도는 온당치 않다. 벌써 시민들이 사랑제일교회를 '제2의 신천지 교회'로 지목하며 눈총을 보내고 있는 점을 교회 측은 직시하길 바란다.

당국도 감염자 폭증에 대비해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과 전문 의료진 확보 등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지난 2월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병상 부족의 악몽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보건당국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화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불거진 첨예한 갈등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의사협회는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26∼28일 2차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 수도권 환자급증과 의료진 부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맞물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최소한 예고된 파업의 연기라도 끌어내야 한다. 여태껏 차곡차곡 쌓아온 방역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다시 한번 방역전선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정신무장을 새롭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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