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시도통합 논의 가시화…대한민국 행정지형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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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시도통합 논의 가시화…대한민국 행정지형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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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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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광주·전남도 시동
수도권 대응 지방 생존 전략…이해관계 충돌로 여정 험난 예고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묶어 초 광역화하자는 통합 논의 움직임이 영·호남을 중심으로 가시화 하고 있다.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한 지방 생존 전략으로, '통합 행정', '규모의 경제'가 대세로 떠오른 형국이다.

다만 이해관계 대립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돼 국토 전반의 정치·경제·행정 지형 재편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광주시청(왼쪽)과 전남도청 [광주시·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청(왼쪽)과 전남도청 [광주시·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용섭 시장 제안에 광주·전남 '들썩'…"초 광역화는 세계적 추세"

2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영남권에서 물꼬를 튼 통합 논의는 광주·전남으로 옮겨가면서 전국화 양상으로 번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9월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대비 광주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통합을 제안했다.

경제적 낙후, 인구 소멸 극복 대안으로 최소 인구 300만∼500만 명 규모 도시 광역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이 시장은 주장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며 "광주(146만명)나 전남(186만명) 같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로는 사람과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아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차츰 논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일부 이견도 노출됐다.

이 시장은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김영록 전남지사는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시티를 통합 모델로 제시했다.

은근한 신경전 속에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이달 안에 만나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앞서가는 영남…대구·경북 행정 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광역 단위 통합 논의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영남권이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2년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통합 연구단 구성, 4월 기본구상안 마련을 거쳐 9월에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내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민 공감대를 확산해 주민투표,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이대로 가면 지방소멸이 닥치는 만큼 이제는 도시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는 것은 저항이 심해 시·도지사 1명만 뽑고 자치단체를 그대로 둔 채 차츰 연구하는 것으로 공론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6년 분리된 광주·전남, 1981년 분리된 대구·경북은 재결합을 통해 지방 거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광주와 대구가 '소(小) 블랙홀'이 돼 전남과 경북의 인재, 자산을 흡수해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인재 쏠림 등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뿌리'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산·울산·경남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항하는 통합 경제권으로 인구 800만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생활 공동체, 경제 공동체, 문화 공동체, 행정 공동체 등 분야별 목표도 설정했다.

지난해 3월 동남권 상생발전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산·학·관·민이 민간 주도 광역협의체인 동남권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경기북도 신설 촉구 경기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김정겸 의원이 지난 7월 1인 시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북도 신설 촉구
경기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김정겸 의원이 지난 7월 1인 시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충청에선 대전·세종 통합 논의…경기는 반대로 분도(分道)론 재점화

충청권에서도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7월 대전시와 세종시의 통합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가시화했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주문도 잇따랐다.

허 시장은 "세종시가 대한민국 (행정) 수도 역할을 잘하려면 대전과 하나로 뭉쳐 200만 도시로 성장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의 적극적인 행보에 비해 세종시는 다소 유보적이다.

대전시는 대전세종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통합과 관련 논리와 로드맵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에서는 거꾸로 '분도(分道)'론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눠 별도의 자치도로 분할하자는 것이다.

인천에서는 이와 연동해 인천과 경기 부천·시흥·김포를 통합해 인구 500만명의 제1 광역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 국민의힘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이 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법안은 지난달 10일 국회 행안위 전체 회의에 상정됐다.

분도나 경기북도 설치론은 1987년 대선 때부터 제기됐으며 '평화통일 특별도'(가칭) 설치 등 비슷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장기적으로 분도를 해야 하겠으나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부 지역에 재정투자나 산업 유치 등을 통해 소득수준을 최대한 높여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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