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기후위기] "기후위기 못 막으면 '제2의 코로나' 확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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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기후위기] "기후위기 못 막으면 '제2의 코로나' 확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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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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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덥고 습해진 지구, 바이러스 더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
온난화로 열대 지방 전염병, 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 가능…'자연의 역습' 막아야"
코로나19 검사로 분주한 선별진료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지난 11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0.11.26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로 분주한 선별진료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지난 11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0.11.26 (사진=연합뉴스)

"장담하건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감염병이 또 발생할 것입니다. 코로나19보다 규모가 클 것이며, 1918∼1919년 전 세계를 휩쓸어 5천만~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만큼 지독한 충격을 안길 것입니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센터장은 저서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염병의 감염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제2의 코로나'가 발생해 인류에 엄청난 재앙을 안길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위기는 폭염, 가뭄, 홍수, 태풍, 한파 등 기상이변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 위기 등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더 더워지고 습해진 지구는 바이러스가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염병 대유행의 위험 또한 한껏 키운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가 만든 풍경 동아시아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모습은 불볕더위나 사막화가 아닌 홍수였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8월 11일 장마로 임진강 하류에 물이 불어나 임진강 철교가 잠긴 모습이며, 왼쪽 사진은 지난 8월 13일 수위가 잠시 안정되자 평소처럼 모습을 드러낸 임진강 철교의 모습이다. 2020.8.13 (사진=연합뉴스)
지구 온난화가 만든 풍경
동아시아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모습은 불볕더위나 사막화가 아닌 홍수였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8월 11일 장마로 임진강 하류에 물이 불어나 임진강 철교가 잠긴 모습이며, 왼쪽 사진은 지난 8월 13일 수위가 잠시 안정되자 평소처럼 모습을 드러낸 임진강 철교의 모습이다. 2020.8.13 (사진=연합뉴스)

◇더 덥고 습해지면 전염병 창궐 가능성도 커져…"미지의 바이러스 대확산 가능성"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소장은 "추운 기후에서는 질병이 적은 편이지만,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세균과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하고 종류도 많아진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이 더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지구온난화가 생태계를 교란하면서 인간을 둘러싼 질병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WHO는 기후변화가 전염병 피해를 증폭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퇴치했다고 믿었던 열대성 전염병이 다시 나타날 수 있으며, 신종 전염병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균 기온이 1도 오르면 모기 발생이 27%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기로 인한 전염병은 주로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지역의 범위가 1년에 반경 48km씩 확대되면서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3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모기로 인한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구나 한국은 전염병 고위험 지대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 폭은 지구 전체 평균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지난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0.85도 상승했지만, 비슷한 시기(1912∼2017년) 한반도는 1.8도나 올랐다.

파주시, 드론 띄워 모기 유충 잡는다 경기 파주시 보건소가 드론을 활용해 모기 유충 방제에 나선다고 지난 7월 17일 밝혔다.시는 최근 말라리아 원충 감염모기가 발견됨에 따라 방제를 위해 드론을 구입했다.사진은 모기 유충 방역용 드론. 2020.7.17 [파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시, 드론 띄워 모기 유충 잡는다
경기 파주시 보건소가 드론을 활용해 모기 유충 방제에 나선다고 지난 7월 17일 밝혔다.시는 최근 말라리아 원충 감염모기가 발견됨에 따라 방제를 위해 드론을 구입했다.사진은 모기 유충 방역용 드론. 2020.7.17 [파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만 해도 한국에는 라임병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감염자가 연간 수백 명씩 발생한다. 라임병은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5∼7월에 쥐, 다람쥐 등 설치류의 몸에 붙어있던 참진드기가 공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의 피부를 물어 전파되는 병이다.

병원성 미생물이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경웅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열대성 사이클론이 더욱 강력하게 발생하고,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이 빈번해지면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오염된 강물을 떠먹어야 할 정도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인성 전염병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종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400만 년 전 생성된 북극 빙하에는 수백만 년 동안 공기 중에 퍼진 적이 없는 질병이 갇혀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빙하 속에 있는 이러한 미생물과 박테리아들이 언제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될지 모른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가 있다.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노출됐다. 이로 인해 약 2천300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하고, 소년 1명이 사망했다.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살려낸 미생물도 있다. 2005년에는 3만2천 년 전의 박테리아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2007년에는 800만 년 된 미생물을, 2018년에는 4만2천 년간 영구동토층(2년 이상 평균 온도가 0도 이하인 땅)에 갇혀 있던 선충을 살려냈다.

알래스카에서는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빙하 속에 천연두와 선페스트균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픽] 기후변화 탓 북극곰 2100년이면 멸종 예상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2100년에는 북극곰을 지구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 기후변화 탓 북극곰 2100년이면 멸종 예상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2100년에는 북극곰을 지구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식지 잃고 인간 영역 침범하는 동물들…"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빠르게 증가"

지구온난화는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도 키운다.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이 사는 곳으로 침입하면서 야생동물에서 비롯된 감염병에 사람이 노출되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도시와 농경지를 넓혀나갔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탄소를 연간 1.5Gt(기가톤·1Gt=10억t)이나 흡수하는 아마존 열대 우림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20% 손실됐다. 현재 기후가 이어지면 남아 있는 열대우림의 40∼60%가 사막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07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곤충, 설치류 등에서 비롯된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WHO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이 가운데 75%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닭들도 전염병 걱정' 전남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7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시장에서 북구청 시장산업과 농업축산팀 직원들이 가금류 취급 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2020.12.7 (사진=연합뉴스)
'닭들도 전염병 걱정'
전남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7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시장에서 북구청 시장산업과 농업축산팀 직원들이 가금류 취급 업소를 대상으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2020.12.7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2년에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돼 발생한 전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9개월 동안 전세계에서 775명을 사망케 했다.

이른바 '돼지독감'으로 불렸던 신종플루(2009년), 박쥐에서 전염된 에볼라 바이러스(2014년), 낙타가 매개체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2015년), 모기에서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2016) 등 최근 발생한 신종 전염병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도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사스와 매우 유사하며, 사스처럼 박쥐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제2, 제3의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은 물론 코로나19보다 훨씬 큰 규모의 팬데믹이 올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연계의 변화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역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기후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감염병 증가와 확산 폭이 얼마나 심각할지 누구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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