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두 전직 대통령 사면건의' 구상…국민 생각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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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두 전직 대통령 사면건의' 구상…국민 생각이 관건이다
  • 연합뉴스
  • 승인 2021.01.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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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라는 묵직하고 논쟁적인 화두를 신년 벽두에 꺼내 들었다. 연합뉴스와 한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다. 진중하고 여백 있는 이 대표의 평소 화법에 견주어 파격적이다. 그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생각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신축년 새해가 문 대통령의 집권 5년차, 즉 사실상 마지막 해인 점을 고려해 "이 문제를 적절한 때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냥 애드벌룬 띄우기는 아닌 듯싶다. 여권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겠다며 강한 실행 의지를 피력해서다.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가 세밑 페이스북 글을 통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한 것과는 신년 정국에 던지는 무게감과 충격파가 다르다.

정치권에선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건의의 순도를 의심하는 지적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그가 당 대표인 동시에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이어서 이런 구상의 배경을 국민통합이라는 순수성에서만 찾지 않는 것 같다. 이 대표는 자신의 신년사에 사회갈등 완화와 국민통합에 방점이 찍힌 점을 상기하면서 사면 건의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가 언급한 '적절한 시기'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하려면 3월 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건의를 한다면 퇴임 전이 유력하다. 퇴임 후에는 당내 다른 대선 예비주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그런 건의 자체가 부적절한 행보로 여겨질 수 있다. 건의가 2월 중순의 설 연휴와 3·1절을 연결고리로 이뤄질 경우, 정치적 시점이 미묘해진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여서다. 양대 보선은 이 대표의 대권행보에 매우 중요한 분수령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사면 건의는 중도와 비문(非文) 층으로까지 민주당 단체장 후보들의 지지 외연을 넓혀 선거 승리에 큰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해석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즉각 견제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사면 건의가 정작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민 정서와 법감정이다. 4년 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의 민심이 과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건의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예단할 수는 없으나 많은 시민은 손사래를 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인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진 두 사람이 갑자기 국민통합의 중대한 걸림돌로 부상한 것이냐고 의아해할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이 보름 전쯤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박 전 대통령과 당시 집권당의 과오에 머리를 숙였으나, 이는 필요조건의 일부를 충족한 데 그쳤다. 정작 당사자인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진솔한 사과를 내놓은 기억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통합을 내세워 사면 건의가 이뤄진다면 납득할 국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고령인데다 건강상의 문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왕년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사면을 검토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부차적 이유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논리로는 국민통합론보다 훨씬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 이은 사법부의 단죄를 정지시키는 정치적 결정은 좀 더 충분한 토론과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이 대표가 건의를 꼭 하겠다고 작정했으니 문 대통령의 입장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사려 깊게 이 문제를 살피고, 실제 건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신년 회견 등의 기회를 통해 분명한 생각을 정리해 딱 부러지게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통합이라는 선의가 코로나19 국난극복의 와중에 국론분열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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