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밟혀서" "미안해서" 진도로 향한 참배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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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밟혀서" "미안해서" 진도로 향한 참배행렬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4.05.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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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맞아 진도실내체육관 분향소에 가족단위 외지 추모객 붐벼

▲ 연휴 첫날인 3일 오후 진도군 향토문화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3일 진도향토문화회관 2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가족들의 참배행렬이 이어졌다.

오전부터 분향소 안은 이미 하얀 국화가 수북했다. 참배객들은 하나둘 국화송이를 쌓으며 희생자들을 넋을 위로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49)씨는 아내와 세 남매를 데리고 5시간을 넘게 운전을 해 진도를 찾았다. 분향소를 찾은 박씨 가족의 얼굴은 숙연했다.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박씨의 아내는 불편한 듯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박씨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아내가 줄곧 잠을 설쳤다"면서 "아이들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는 "이렇게 직접 진도를 방문한 것은 '이 날'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아픈 슬픔을 달랜다"면서도 "마음은 알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당장의 슬픔이 버거울지라도 우리 사회는 이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박씨는 강조했다.

인천에 사는 이모(55)씨도 이날 온 식구와 함께 진도를 방문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씨 곁에는 이제 갓 대학생이 된 큰딸과 고등학생 둘째딸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이씨는 "지난주 안산 합동분향소를 다녀온 뒤 오늘이 두번째 분향소 참배"라면서 "안산 분향소에 걸린 학생들 얼굴과 이름을 보니 온 몸이 욱신거리고 속은 아려왔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김태성(43)씨도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김씨는 "언론으로만 접하다가 직접 진도를 찾아왔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씨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팽목항에 들르고 싶다"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는 딸 아이의 손을 잡고 팽목항으로 떠났다.

김씨가 떠난 후로도 전국 각지에서 찾은 많은 가족들이 분향소를 들러 참배했다.

어린 두 아들과 분향소를 찾은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어린 두 아들은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얼굴을 올려보다가 엄마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딸과 함께 진도 분향소를 찾은 중년 남성은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하고 고개 숙여 참배한 뒤 말없이 딸아이의 어깨를 손을 얹었다.

지난달 26일 마련된 진도 향토문화회관 2층 합동분향소에는 지금까지 6200여명의 참배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2일 하룻동안 참배객은 1329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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