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⑥ "인재 배출 총체적 실패"…'현장 연계 교육'으로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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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⑥ "인재 배출 총체적 실패"…'현장 연계 교육'으로 해법 모색
  • 연합뉴스
  • 승인 2021.04.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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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극심한 '취업난' 시달리는데, 기업은 되레 '구인난'
현장과 유리된 경직된 교육구조, 위기 불러…"기업과 연계한 '현장 중심 교육' 꾀해야"
지방대도 '특성화 전략' 등으로 생존 모색…"유사학과 난립은 지양해야"
일자리허브센터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75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작년 7월의 73만1천명을 뛰어넘었다.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 2021.4.12 (사진=연합뉴스)
일자리허브센터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75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작년 7월의 73만1천명을 뛰어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서 상담받는 취업준비생들. 2021.4.12 (사진=연합뉴스)

"예전에는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에 가겠지'라고 생각했겠죠. 지금은 맞지 않는 얘기 아닌가요. 좋은 대학을 나와도 백수 신세가 되는 애들이 많잖아요. 이젠 그것보다도 '대학에서 뭘 배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연세대 재학생 윤모(25) 씨)

대학의 본질은 학문 연구의 전당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학이 평생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기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재학생 개인에게 대학은 취업을 위한 지식과 소양을 쌓아야 하는 곳이며, 나라 전체로는 미래 성장산업에 필요한 인재 배출의 장이다.

하지만 대학이 학문 연구는 고사하고, 재학생의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나마 제대로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극심한 취업난의 이면에서 기업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인재 배출이라는 대학의 기능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대학 모두에 다가오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대학이 지금까지의 전통적 교육 모델에서 탈피, 산업 현장과 직접 연계하는 교육을 활성화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청년은 '취업난'인데, 기업은 '구인난'에 시름

계명대 휴학생인 정모(23)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이번 학기에 휴학계를 낸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취업시장 상황에서 소위 '이름값'이 밀리는 지방 사립대 졸업장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학교에서 취업이나 실제 직업 현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배웠으면 상황이 나았겠지만, 정씨는 대학에서 배운 것이 취업시장에선 별 쓸모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제통상을 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에서 전공이론에만 너무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차라리 전문대처럼 직업현장 실무와 직접 연계된 기술을 함께 배울 수 있으면 덜 막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와 같은 '공시생'의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수십만 명의 대졸자나 대학 재학생이 전공과는 무관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대학은 단지 학벌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졸업장을 따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민이 뽑은 새해 경제이슈 1위 '청년실업·고용' 서울시민들은 새해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로 청년실업과 고용 문제를 꼽았다고 서울시가 전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서울지역 표본 1천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제 이슈 1위로 '청년실업 및 고용문제'(24.1%)가 뽑혔다. 사진은 28일 한 시민이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청년취업관련 입간판을 지나는 모습. 2020.12.29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민이 뽑은 새해 경제이슈 1위 '청년실업·고용'
서울시민들은 새해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로 청년실업과 고용 문제를 꼽았다고 서울시가 전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서울지역 표본 1천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제 이슈 1위로 '청년실업 및 고용문제'(24.1%)가 뽑혔다. 사진은 28일 한 시민이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청년취업관련 입간판을 지나는 모습. 2020.12.29 (사진=연합뉴스)

심각한 취업난은 인문계 졸업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2019년 4년제 대학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55.6%에 불과했다. 인문계 졸업생 2명 중 1명만 취업에 간신히 성공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 대학생들이 실무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전공과 무관한 공학 관련 분야를 복수전공하기도 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재학 중인 진모(25) 씨는 "요즘 취업 때문에 인문계 학우가 컴퓨터공학 등을 복수전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2∼3학년까지 배운 것들이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공대로 넘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막상 필요한 인재를 뽑으려고 하면 괜찮은 지원자가 부족하다"며 "학부생 시절부터 깊이 있게 반도체를 공부한 사람이 별로 없어 물리학, 화학, 전자·전기 등 관련 과를 전공한 지원자를 뽑아 내부에서 키워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괜찮은' 구직자를 찾기 힘들다는 아우성은 포털, 게임, 전자상거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요즘 '핫하다'는 분야에서 가장 심하다.

IT 개발자 교육·양성 스타트업 업체인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대표는 "경쟁사들과 함께 추산해보니 지난해 부트캠프(IT 개발자 양성기관)에서 배출된 개발자의 수가 2천 명에 채 미치지 못했다"며 "네이버·카카오톡을 비롯한 대형업체부터 소형업체까지 모든 영역에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채용을 도와달라는 연락이 계속 온다"며 "대학의 교과 과정이 새롭게 나오는 기술과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이것이 개발자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졸업자들은 많지만, 실제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전공자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의 연봉을 수천만 원씩 인상해 인재를 유치하고, 비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일단 채용한 후 교육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진회승 팀장은 "현재 업계 수요와 비교해 1년에 1만 명 정도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가 부족하다"며 "대학에서 배출되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과거부터 있던 얘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프트웨어 인력난 문제가 급격히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내겐 너무 무거운 대학교'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2년째인 올해 대학과 정부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최악의 실업난과 구직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생활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3.18 (사진=연합뉴스)
'내겐 너무 무거운 대학교' 18일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2년째인 올해 대학과 정부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최악의 실업난과 구직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생활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3.18 (사진=연합뉴스)

◇ 경직된 대학 교육, 위기 불렀다…'현장 연계 교육'으로 타파 노력

대졸자는 극심한 '취업난',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러한 웃지 못할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경직된 구조 문제가 꼽힌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의 요건은 산업 현장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데, 이에 맞춰 변화를 꾀해야 할 대학은 낡은 커리큘럼에만 매달린 채 기업의 요구를 애써 외면해 온 것이 현실이다. 기득권을 잃길 원치 않는 교수들의 저항 등이 작용한 결과 대학 교육과 기업 현장은 갈수록 유리돼 왔다.

한 완성차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기존의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배터리,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의 전공자를 대학이 충분히 공급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극명한 예로 AI, 소프트웨어, 코딩 등을 공부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정원은 지난 15년간 55명으로 유지됐다가 올해 입시에서 70명으로 겨우 15명 늘어났다. 자동차뿐 아니라 플랫폼, 게임,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그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분야이지만, 대학의 교육은 이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들은 전통적인 과거로부터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 '과거 지식을 습득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키운다'는 교육의 본질을 잊고 있다"며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고등 교육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SK하이닉스 취업보장' 반도체공학과 운영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2021학년도부터 운영하겠다고 12일 밝혔다.반도체공학과는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채용이 보장되는 '채용조건형' 학과로, 한 학년 정원은 30명이다. 수시모집으로 25명, 정시모집으로 5명이 선발된다. 이 학과 학생들은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SK하이닉스에서 지원받는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실리콘밸리 등 국내외 연수 기회와 연구실 학부 인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사진은 체결식 진행하는 정진택 고려대 총장(오른쪽)과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김동섭 사장. 2020.4.12 [고려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대 'SK하이닉스 취업보장' 반도체공학과 운영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2021학년도부터 운영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반도체공학과는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채용이 보장되는 '채용조건형' 학과로, 한 학년 정원은 30명이다. 수시모집으로 25명, 정시모집으로 5명이 선발된다.
이 학과 학생들은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SK하이닉스에서 지원받는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실리콘밸리 등 국내외 연수 기회와 연구실 학부 인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사진은 체결식 진행하는 정진택 고려대 총장(오른쪽)과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김동섭 사장. 2020.4.12 [고려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기를 인식한 대학들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대졸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산업 현장과 연계한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괜찮은' 인재에 굶주린 기업들도 이를 적극 돕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3월 반도체공학과의 첫 신입생 30명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고려대와 함께 개설한 이 학과는 산학협력으로 인재를 직접 키워내면 학부 시절부터 반도체를 깊이 있게 공부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현장에 투입했을 때 바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만들어졌다.

이 학과는 일단 입학만 하면 SK하이닉스 입사가 보장된다. 학비 전액이 지원되고, 성적이 우수하면 학업 장려금도 나온다. 대학원 진학을 원하면 그 비용까지 전액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5년간 12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전문 인재를 육성, 확보할 계획이다.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이러한 '계약학과' 운영은 갈수록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2006년 성균관대, 2011년에는 경북대와 협약을 통해 각각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모바일공학과를 설립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연세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세웠다. 1∼2학년 등록금이 전액 지원되고, 2학년 말 장학생 면접을 통과하면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떨어지더라도 매 학기 재응시할 수 있다.

이 학과에 올해 입학한 우준범(19) 씨는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이나 커리큘럼이 실무 중심적인 점, 다양한 실무경험 기회가 주어지는 점 등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며 "다른 학우들도 이러한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전했다.

'인서울'에 텅빈 지방…대학가·부동산 고사위기 (CG) [연합뉴스TV 제공]
'인서울'에 텅빈 지방…대학가·부동산 고사위기 (CG) [연합뉴스TV 제공]

◇ 지방대도 '특성화 전략' 등으로 생존 모색…"무분별한 유사학과 난립은 지양해야"

올해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들도 위기를 타개하고자 온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쏠리는 이른바 '인서울(In Seoul)' 대학과 달리 부족한 경제적, 교육적 자원을 활용해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지방대로서는 더욱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각 대학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특성화 전략'은 이러한 절박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대림대학교는 지난해 자동차학과를 미래자동차학부로 개편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교육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르는 신산업 학문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과 커리큘럼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미래 자동차 위주로 재편했다. 원활한 교육을 위해 전기차 정비 등에 관한 교재 등도 교수들이 직접 집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석·박사 과정은 서울대 같은 명문대에서도 지원 학생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며 "그간 배워온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교수들에게도 큰 부담이지만, 지금 변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일본 온라인 채용박람회 개최 KOTRA가 8일부터 사흘간 우리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기 위해 '2021 일본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사진은 일본기업 N사가 구직자와 화상 면접을 진행하는 모습. 2021.2.8 [코트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트라, 일본 온라인 채용박람회 개최
KOTRA가 8일부터 사흘간 우리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기 위해 '2021 일본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일본기업 N사가 구직자와 화상 면접을 진행하는 모습. 2021.2.8 [코트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립 4년제 대학인 전주대는 2015년부터 인문학과인 일본언어문화학과와 IT공학을 융합해 '일본 IT 융복합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이 쉽지 않은 인문계의 불리함을 타개하기 위해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코딩 등을 함께 배운 후 IT 인력이 부족한 일본 시장을 노리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전주대로 와서 채용설명회와 면접을 했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았다. 일본 대기업 소프트뱅크 취업자 등 2016년부터 매년 평균 10명 안팎의 해외취업자가 배출됐다.

특성화 과정을 설계한 박광훈 전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지방대의 위기 속에 학생들의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유학 시절 지인들에게서 들은 일본의 IT 인력 부족에 대한 얘기를 떠올렸고, 이를 겨냥한 교육 과정이 성공할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광주 송원대는 2016년 철도운전시스템학과를 설립해 호남권에서 유일한 철도 분야 교육과정이 있는 대학이 됐다. 전국에 철도 관련 학과가 설치된 4년제 대학은 송원대를 포함해 6개뿐이다. 학생들은 재학 중 철도운전면허 등 실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한 현장 중심 교육을 받는다.

송원대 측은 "철도운전 분야에서 장기간에 걸쳐 큰 규모의 퇴직자가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는 점, 철도 인프라가 계속해서 확충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학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 성장산업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걸고, 전문적이고 특화된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채 이름만 살짝 바꾼 학과를 급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4차 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드론', 'AI' 등의 이름을 내건 학과가 전국에 수십곳 생겨났지만, 학과 이름에 걸맞은 커리큘럼과 교수진 등을 갖추지 못한 탓에 미달 사태를 빚는 학과가 속출하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학과 중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에 의해서가 아닌 정부 지원 사업과 정책에 맞춰 만들어진다"며 "모든 대학이 정부 지원 정책을 쫓아가는 구조에서는 (그 학과가) 오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모든 대학이 인공지능을 연구할 필요는 없다"며 "대학이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각 학문 분야에 생기는 변화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그 학교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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