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51점, 광주·전남 미술관 소장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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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51점, 광주·전남 미술관 소장품으로
  • 조미금 기자
  • 승인 2021.04.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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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내년 전시…김환기·오지호·이응노·이중섭·임직순 작품 30점
전남도립미술관, 9월 전시…오지호·김환기·천경자 등 작품 21점
이중섭 '은지화'
이중섭 '은지화'

'이건희 컬렉션' 중 광주·전남 출신 거장의 작품 등 50여점이 우리지역으로 오게 됐다.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에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김환기, 오지호,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작가의 작품 51점이 지난 28일 시도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기증했다.

전남 신안 출신으로 한국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김환기(1913-1974)의 작품 5점, 전남 화순 출신으로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로 남도 서양화단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오지호(1905-1982)의 작품 5점이 포함됐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시위 군중을 표현한 '군상(群像)'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응노(1904-1989)의 작품 11점,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1916-1956)의 작품 8점, 오지호의 후임으로 조선대 미술대 교수로 재직했던 임직순(1921-1996)의 작품 1점이다.

임직순 '포즈'
임직순 '포즈'

시립미술관은 유화 작품 1점, 드로잉 작품 2점의 김환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1950년대와 60년대, 70년대에 제작한 유화 작품 4점과 드로잉 작품 1점을 기증받게 돼 김환기 작품세계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게 됐다.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을 남도화단에 정착시키고 남도 서양화단의 뿌리 역할을 했던 오지호의 작품은 1960-70년대 제작한 풍경 4점과 정물 1점의 유화 작품이 기증됐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7점의 유화 작품과 함께 오지호 컬렉션의 깊이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지호의 뒤를 이은 임직순의 작품은 1점의 유화작품이 기증됐다.

미술관 소장품으로는 4점의 풍경과 1점의 정물을 소재로 한 유화작품이 있다.

정물·풍경과 함께 임직순의 주된 작품 소재 중 하나였던 인물좌상의 유화 작품이 이번에 기증돼 미술관은 임직순의 정물·풍경·인물화 작품을 고루 소장하게 됐다.

이응노 작품
이응노 작품

'문자추상' 작품을 통해 국제적으로 작가적 위상을 드높였던 이응노의 작품은 '문자추상' 경향의 대작 2점과 '군상' 연작 3점, 까치와 말, 염소, 닭을 소재로 한 수묵화 5점, 수묵담채 산수화 작품 1점 등 총 11점이 기증돼 5명의 작가 30점의 기증작품 중 가장 많은 작품이 기증됐다.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의 작품은 은색 담배 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4점과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4점이 기증됐다.

특히 화구를 살 돈조차 없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렸다는 이중섭의 은지화는 195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기증된 4점의 작품 중 3점이 1940년대 작품으로 은지화의 시작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의 '엽서화'는 1940-1943년 연인에게 글자 없이 그림만 그려 보낸 것으로 현재 90여점이 전해온다.

이번에 기증된 엽서화 4점은 이중섭 초기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보 관장은 "지역에 연고를 둔 국내 근현대기 대표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기증받게 돼 소장품이 더욱 풍성해지게 됐다"며 환영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는 내년에 기증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오지호 '잔설'
오지호 '잔설'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지역 대표작가이자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기중받게 돼 소장품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 전시 및 연구기능을 강화하는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진도 출신 의재 허백련, 화순 출신 오지호, 신안 출신 김환기, 고흥 출신 천경자 등의 작품들이다.

이 외에도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은호, 유영국, 임직순, 유강열, 박대성 등 총 9명의 작가가 포함됐다.

기증작 가운데 김환기의 '무제'는 전면점화(全面點畵)가 시작되기 전 화면을 가로지르는 십자구도의 작품이다.

천경자의 대표작인 '꽃과 나비', '만선' 등 1970년대 실험을 통해 동양화라는 매체를 넘어서고자 했던 작품도 기증받았다.

천경자 '만선'
천경자 '만선'

흙에 물감을 섞어 종이 위에 바른 '만선'은 재료의 텍스처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천경자의 작품 중 흔히 볼 수 없는 재료의 사용법이 눈에 띈다.

5점이 기증된 오지호의 작품 중 '풍경'과 '복사꽃이 있는 풍경', '잔설', '항구풍경' 등도 화면 속에서 공기가 순환하는 듯한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났다.

이당 김은호의 '꿩-쌍치도', '산수도 10곡병풍', '잉어' 등은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유영국의 '산', '무제'도 산을 소재로 원, 삼각형 등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한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미술품 기증작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어 도민과 함께 미술문화를 누리는 기쁨을 함께할 방침이다.

허백련 '산수화'
허백련 '산수화'

삼성 컬렉션 기증전시는 9월 1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이후 이건희 회장 컬렉션 섹션을 별도로 마련해 많은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즐기며 공유하기를 바랐던 고인의 뜻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3월 개관해 미술계와 도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은 이번 기증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컬렉션의 기반을 다지고, 연구 및 전시를 통해 지역문화 육성의 중심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지호 관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한 미술문화의 향유가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 단계 더 높은 컬렉션의 기반을 다지고 전시·연구를 통해 지역문화 육성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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