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남도 예술문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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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남도 예술문화의 봄
  • 연합뉴스
  • 승인 2021.05.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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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옛 기차역 자리에 전남도립미술관·광양예술창고 개관
창원시청 옆 경남도립미술관의 봄 전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예술의 봄이 만개했다.

전라남도 광양 옛 기차역 자리에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가 동시에 개관했다.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립미술관은 이제 자리를 단단히 잡고 지역민을 위한 전시와 이벤트를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광양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지난 3월 광양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의 개관

3월 22일 광양에 미술관이 생겼다.

문화 시설이 전혀 없었던 광양에 새로 생긴 도립 미술관과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광양예술창고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환영을 받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의 개관전 제목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이다.

총 3개의 전시로 구성되는데, 특히 그룹 전시에는 전라도 출신의 작가들 이름이 눈에 띈다.

'의재와 남농: 거장의 길'은 전라남도 미술의 양대 산맥인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소치 허련에서 갈라져 나온 거장인데, 소치에게서 영향을 받은 공통점과 동시에 각기 다른 화풍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의재는 관념적 남종 문인화풍을 고수한 반면, 남농은 전통 화법과 현실 풍경을 접목한 새로운 화풍을 보여줬다.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는 국내외 1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 전시다.

김진란&바루치 고틀리에브(Baruch Gottlieb), 이이남, 허달재, 김선두, 허진, 조병연, 황인기, 장창익, 세오 작가는 전통 산수화와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에서는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의 신작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가장 한국적인 작가와 가장 현대적인 프랑스 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개관 특별 전시는 7월 18일까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그라소의 개인전이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전시로 선택됐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그라소의 개인전이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전시로 선택됐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그간 예술에 목말랐던 광양을 위로라도 하듯이, 전남도립미술관 바로 앞에는 광양예술창고가 동시에 개관했다.

1967년 광양역이 생긴 이래 물류창고로 쓰이던 곳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천장의 오래된 목재 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리모델링했고, A동과 B동의 두 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외부에는 36명의 광양 지역 작가가 참여해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완성한 어린이 그림 벽화와 포스코에서 생산된 철로 엮은 설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총 270평에 이르는 규모는 전남도립미술관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웅장한 미술관에 불쑥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이들이 이곳에서 예술을 접하고, 미술관도 연이어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A동은 51평인데, 10대의 빔프로젝터가 4면을 비추고 있다. 56m의 4면 길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10분짜리 영상 작품이 상영 중인데, 1부는 광양의 낮과 밤 풍경, 2부는 어린이에게 전하는 동화 같은 메시지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영상 작품을 제작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A동에서는 광양 출신 사진작가 이경모의 아카이브 사진 작품 600장도 감상할 수 있다.

광양시문화도시사업단에서 지난 2년간 이경모 작가의 아들 이승준 씨와 함께 4만장 중에서 600장의 작품을 골라 디지털 아카이빙을 한 것이다.

과거 역사의 생생한 모습을 터치스크린으로 넘겨 살펴볼 수 있다니 어르신 관람객의 관심이 특히 클 것 같다.

바로 옆의 시민 갤러리에서는 2020년 광양시 어린이그림대회 수상작 29점이 전시되어 있다.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남도립미술관과 동시에 개관한 광양예술창고의 문화 쉼터 [광양예술창고 제공]
전남도립미술관과 동시에 개관한 광양예술창고의 문화 쉼터 [광양예술창고 제공]

광양예술창고 박신애 홍보팀장은 B동은 문화쉼터, 어린이다락방, 다목적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문화쉼터는 방문객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어린이의 희망을 담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15살의 동화작가 전이수와 협업해서 동화책과 그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쉼터 한가운데는 소교동 창작소가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가져갈 수 있도록 스케치북과 컬러링북을 준비해두었습니다. 2층의 어린이 다락방에서는 아이들이 독서와 놀이를 할 수 있지요."

다목적실은 무료 대관하고 있으니 문화 행사를 하고 싶은 단체는 언제든지 예약 가능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광양시민을 위한 문화 천국이다.

광양예술창고는 다채로운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첫 번째는 '시민 프로그램' 지원이다. 광양 시민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족 그림 전시회, 가족 공연 등을 지원한다.

두 번째는 '예술 살롱'이다. 문학테마길, 도시재생한옥길, 광양인동숲길, 유당 공원 등 광양예술창고 주변의 골목길을 돌아서 광양예술창고로 최종 집결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12시 콘서트가 열린다. 광양예술창고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광양시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광양예술창고에서는 전이수 작가의 협업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이수 작가의 작품 [광양예술창고 제공]
광양예술창고에서는 전이수 작가의 협업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이수 작가의 작품 [광양예술창고 제공]

단순히 문화 행사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니 부럽기까지 하다.

광양 옛 역사 자리에 만들어진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의 성대한 개관에 박수를 보낸다. 광양을 지난다면 이 두 곳을 꼭 기억해두자.

◇ 경남도립미술관의 새로운 봄 전시

경남도립미술관은 요즘 팝 밴드 이날치가 출연한 홍보 영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미술가 최정화의 전시장 '살어리 살어리랏다'에서 이날치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이 영상은 경상남도인들의 삶을 담은 미술관의 존재 의미와 어우러져 더욱 신명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창원시청 바로 옆에 있다. 창원중앙역에서 자동차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근처를 지나게 되면 반드시 들러볼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시청과 미술관의 결합이 흥미롭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지난 봄 선보였던 최정화 작가의 '살어리 살어리랏다' 전시장에서는 팝 밴드 이날치가 홍보 비디오를 촬영해 유명세를 더했다.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지난 봄 선보였던 최정화 작가의 '살어리 살어리랏다' 전시장에서는 팝 밴드 이날치가 홍보 비디오를 촬영해 유명세를 더했다.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봄을 맞아 경남도립미술관은 두 개의 새로운 전시를 6월 6일까지 진행한다.

1, 2층 전시실에서는 '신소장품 2017-2020: 이어진 세계들'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제목 그대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술관에서 엄선해 소장한 작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미술관의 수집 정책에 따라 근현대 주요 미술 작품뿐 아니라 경상남도 미술사 정립을 위한 지역 작가의 대표 작품, 동시대 미술 연구를 위한 작품을 매년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원 관장은 지난 4년 동안 총 79점의 작품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공모를 통한 매입이 69점, 기증이 10점이었다. 서양화가 50점으로 가장 많고, 조각이 11점이다.

"자연을 주제로 한 1전시실은 자연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던 미술가 김홍석, 이강소, 문신, 장민승+정재일 작가의 작품을 보여줍니다. 예술가에게 자연은 영감의 원천입니다. 미술 작품 속에서 자연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재현되기도 하며, 자연의 원리에 대한 철학적, 분석적 내용이 담기기도 합니다. 2전시실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권여현, 이건용, 옥정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3전시실에서는 사회를 주제로 삼은 강요배, 안창홍, 조덕현 작가의 작품이 펼쳐집니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박현희 학예연구사는 이번 소장품은 2017∼2020년에 수집된 것이지만, 작품의 제작 시기는 1951년부터 2019년까지, 60여년의 세월에 거쳐 제작된 것이기에 예술가의 눈으로 본 여러 시기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1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에 출품된 미술가 루킴의 작품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1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에 출품된 미술가 루킴의 작품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3층에서는 'N ARTIST 2021: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N ARTIST'는 경상남도 지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 프로그램이라 의미 깊다.

전시 제목의 'N'은 'New', 'Neo', 'Non', 'Next' 등 다중적인 의미를 담은 약자다.

2016년 김원정, 노순천, 장건율, 2018년 정호, 최수환 등 지금까지 총 10명의 작가가 'N ARTIST'를 거치며 성장했다.

3회에 접어든 이번 해에는 루킴, 엄정원, 이성륙, 최승준 총 4명의 작가와 함께한다.

일생일대의 소중한 기회를 잡은 4명의 젊은 작가는 회화, 영상, 설치,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N ARTIST'는 나이 제한 없이 경남 출생 혹은 거주 작가가 아니더라도 경남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개인전 5회 미만의 젊은 작가에 한해 심사하고 있다.

이 전시는 미술관 3층 5전시실부터 4전시실과 로비의 소전시실 순으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

5전시실에서는 작가 최승준, 루킴, 이성륙의 작품이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4전시실에서는 엄정원의 작품을 이어서 관람할 수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1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에 출품된 미술가 엄정원의 작품.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열리며 관람객을 매혹시킨다.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1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에 출품된 미술가 엄정원의 작품.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열리며 관람객을 매혹시킨다. [경남도립미술관 제공]

3층 로비에 위치한 소전시실에서는 작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작품세계, 고민 그리고 전시 준비 과정을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어 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시가 열리는 3층은 야외 조각 공원과 바로 연결되기에 봄볕을 쬐며 산책하기에 좋다.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차 한잔을 즐기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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