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전국 확산 안되게 방역둑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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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전국 확산 안되게 방역둑 막아야
  • 연합뉴스
  • 승인 2021.07.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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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가 결국 방역 강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5단계였던 거리두기 체계를 4단계로 간소화한 새 방역 체계를 지난 1일 도입하면서 수도권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의 과도기를 거쳐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수일 새 확진자가 폭증하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3단계를 건너뛰고 최고 수위인 4단계로 직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할 수 없고 결혼식과 장례식에는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집회와 행사는 1인 시위 외에는 전면 금지된다. 섣부르다는 비판을 받은 백신 접종자 대상 방역 완화 조치도 유보하기로 했다.

정부가 물러설 곳을 남겨 놓지 않은 채 배수진을 친 것은 코로나 확산 양상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천316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전날(1천275명)보다 41명 늘면서 이틀 연속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확진자가 사흘 연속 1천200명 넘은 것도 처음이다. 단순히 확진자 숫자뿐 아니라 관련 지표도 일제히 1~3차 유행과는 차원이 다른 정도의 폭발적 대유행을 가리키고 있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1.3 수준으로 높아졌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이 지수가 1.7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가 2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지 못하는 환자의 비율도 코로나 사태 이후 최고치인 30.0%까지 치솟았다. 바이러스가 무증상ㆍ경증 환자를 거쳐 부지불식간에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입증하듯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양성률도 누적으로는 1.5%대인데 최근에는 3%를 상회하고 있다.

국내의 코로나 급속 확산은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의 세계적 유행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외부적 변화에는 눈을 돌리지 않은 채 방역과 백신 접종의 성과에 취해 상황을 너무 낙관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백신 인센티브' 도입, 거리두기 완화, 소비 진작 정책 등은 '이제 코로나 사태가 거의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부터 긴장감이 풀어졌으니 사회 전반의 경각심 이완과 코로나 확산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론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간의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봐야 한다. 샤워실의 딜레마처럼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완화적 방역 방침을 발표하고, 다시 약 열흘 만에 수위를 최고 단계로 올리는 등 냉ㆍ온탕을 오가는 정책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일부의 예측처럼 얼마 후 확진자 더블링(감염자 배수 이상 증가)이 발생하더라도 새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더 올릴 단계도 없다. 정부의 방역 완화 기조 속에 간간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대유행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 일각에서는 중대본과 방대본 간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과학이 정치에 우선해야 한다는 초심이 혹시라도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수도권 중심의 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최대한 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날 확진자 분포를 보면 비수도권이 22.1%를 기록했다. 한동안 10%대를 오갔던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20%를 넘어섰다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훨씬 강한 델타 변이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7~8월 휴가철까지 겹쳤으니 더욱더 걱정이다. 비수도권까지 대유행에 휩싸이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최근 정체 상태인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편 접종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 중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신 등의 이유로 아직 접종받지 않은 사람이 2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접종을 거부하면 뒷순위로 밀리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이 중증 위험이 큰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방역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환자가 급증하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접종 순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든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아프게 받아들여 심기일전하길 바란다. 국민 개개인도 정부의 방역 수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과 주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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