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자와 일본의 한자는 어떤 점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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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자와 일본의 한자는 어떤 점이 다른가
  • 지경래 위원
  • 승인 2014.05.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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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경래 사)빛고을정책연구센터 이사
오늘날 한국에서 쓰고 있는 한자(漢字)는 번체자(繁體字)이다. 번체자란 속자(俗字)나 약자(略字)로 되기 이전의 글자이다. 예를 들어 보면, 學, 國, 寶, 讀, 假……와 같이 획수가 많고 번잡스러운 글자를 말한다. 그러나 일본의 한자는 번체자를 쓰기 편하게 다듬어 놓은 속자나 약자를 쓰고 있다. 예를 들어 學을 学으로, 國을 国으로. 寶를 宝로, 讀을 読으로, 假를 仮로……와 같은 글자이다.

(1) 속자와 약자는 어떻게 다른가.

번체자(繁體字)는 필획(筆劃)이나 자획(字劃)이 복잡한 형태의 본디 글자를 말한다. 다시 말하여 한자의 점과 획을 생략하지 아니하고 본래 있는 그대로 쓰고 있는 글자(正字ㆍ正格)를 이른다. 이에 대하여 속자(俗字)는 우리의 일상 언어 생활 속에서 통속적으로 두루 쓰이는 문자로서, 번체자를 간편하게 쓰기 쉽고 편리하게 다듬어 놓은 글자를 말한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어느 때부터 사용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남들이 쓰고 있으니까 나도 그저 쓰고 있는 글자이다. 예를 들면 竝와 같은 글자를 並로, 拂와 같은 글자를 払로, 巖와 같은 글자를 岩로, 稱와 같은 글자를 称으로, 恥와 같은 글자를 耻, 따위의 글자다. 그리고 약자(略字)는, 말 그대로 한자의 점이나 획수의 일부를 줄여 간단하게 만든 글자이다. 예를 들어, 會를 会로, 國을 国(囯)으로, 聲을 声으로, 廳을 庁, 醫을 医와 같이 쓰는 한자를 말한다.

(2) 우리 나라는‘번체자’를 쓰는데 일본은 속자와 약자를 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인지 여러 면에서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된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는 없지만, 일본도 먼 옛날에는 문자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 나라처럼 중국으로부터 한자라는 문자를 빌려와 쓰기 시작하였다. 빌려온 당시에는 우리 나라나 일본 다 같이 중국에서 쓰고 있는 글자인 번체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일본은 번체자는 획수가 복잡하여 불편함을 느낀 나머지 1946년을 전후하여 획수가 간단하고 쓰기에 편리한 속자나 약자를 택하여 쓰는 경우도 있고, 일본 나름대로 쓰기에 편한 방법으로 획수를 줄이거나 간략하게 다듬어 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오로지 옛날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인 한자인 번체자를 오늘날까지 그대로 쓰고 하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3) 한자를 우리는 ‘음(소리)’, 한 가지로만 읽는데 일본은 ‘음(소리)’와 ‘훈(뜻)’ 두 가지로 읽는다.

6,7세기 무렵의 문헌에 따르면, 우리 나라나 일본 두 나라 다 한자를 읽을 때는 ‘음(소리)’과 ‘훈(뜻)’으로 읽었다. 여러분이 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시간에 배운 ‘향가(鄕歌ㆍ25수)’를 떠 올리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중국처럼 ‘음(소리)’으로만 읽는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고 일본은 ‘음(소리)’과 ‘훈(뜻)’을 병용하여 읽는 6,7세기 무렵의 관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데서 한자를 읽는 차원이 우리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음(소리)’으로만 읽는 습관이 광범위하게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의 교과서, 책자, 신문, 잡지, 심지어는 전문 서적을 보자. 한자 한 글자 없이 한글 즉 ‘음(소리)’으로만 인쇄 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의 모든 인쇄물들을 보면 한자와 가나(仮名/일본 고유글자)를 병용(倂用)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음으로만 읽어온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일본은 먼 옛날 6,7세기 무렵의 언어 관습을 그 대로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는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보자. 한자 ‘食’자를 여기에 써 놓고 한국 사람에게 이 글자를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보면, ‘식’하고 ‘음(소리)’으로만 읽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에게 이 ‘食’을 읽어보라 하면 누구나 다 이 글자의 ‘음(소리)’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뜸 일본어 ‘훈(뜻)’으로 ‘메시(めし)’[일본어로 ‘밥’이라는 뜻]라고 읽는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은 이 한자를 ‘음(소리)’으로만 읽고 일본인은 ‘훈(뜻)’으로 읽는다는 데서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한자 없이 한글만으로 모든 것을 쓰고 기록할 수 있지만, 일본인에게는 한자가 오랜 옛날부터 몸에 배 있어서 자기들의 고유문자라고 하는 ‘가나’보다 쓰기에 편한 문자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한자를 우리와 같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각인 것이다. 다음에서 좀더 구체적인 예를 보기로 하자.

(4) 한국은 번체자를 쓰는 데, 일본은 속자나 약자를 다른 한자로 바꿔 쓰기도 한다.

용례부터 보기로 하자. 學校(학교)→学校 / 會社(회사)→会社 / 開發(개발)→開発 / 讀解(독해)→読解 / 外來(외래)→外来…… 이들 한자어는 앞의 번체자를 속자나 약자로 바꿔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념(紀念)→記念/ 영양(營養)→栄養 / 정년(停年)→定年 / 여론(輿論)→世論 / 장애(障碍)→障害 / 첨단(尖端)→先端 / 갹출(醵出)→拠出 / 세척(洗滌)→洗浄…… 처럼 앞뒤의 한자를 쓰기에 편한 다른 한자어로 교체하여 쓰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쓰기에 편리한 한자로 바꿔 쓰고 있는 것이다. 앞뒤의 한자는 달라도 일본어로 읽는 음은 같다. 우리 나라 같으면 쓰기에 편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써 오던 한자어를 다른 한자어나 한자로 절대 바꿔 쓸 수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쓰기에 편하다고 해서 지금까지 써오던 한자 단어「紀念」을 일본처럼「記念」으로, 그리고 「營養」을 일본처럼「榮養」이라는 한자로 바꿔 치기 하여 쓸 수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데서 우리와 다른 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5) 기본적인 한자는 가르쳐야 한다.

1970,80,90년대만 하더라도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여 쓴 서적과 신문 잡지를 많이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 나라 서적과 책자 그리고 신문 잡지를 보면 특정 서적 책자 신문 한 두 기지를 빼고는 거의 한자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 원인을 우리는 그냥 무심코 넘길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이렇게 변화되었을까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번체자에서 속자, 약자로 나름대로 변형시킨 것 외에 오늘날도 옛날과 다름 없이 한자와 음(소리) 그리고 고유(훈)를 병용하고 있다. 두 나라 다 한자 권인데도 왜 이와 같은 차이가 생겨났을까 하고 우리는 비교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나라도 고유어인 한글을 잘 지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휘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 같이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아니면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 고정에 기본적인 1500자 정도의 한자는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다음 세대들이 우리 말 어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6) 한자는 어느 나라 글자인가.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는 어느 나라 글자(문자)인가 하고 묻고 있으니까. 그저 얼른 듣기에는 무슨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그렇게 묻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렇게 엄연한 사실을 우리들은 일상 언어 생활에서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있기에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형식으로 물어, 그 답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다 같이 생각해 보고자 던진 질문이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시피, 먼 옛날 우리나라에는 문자가 없었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중국에서 쓰는 한자라는 글자를 빌려다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조선조 세종(1443∼1446)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 고유문자 한글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중국에서 빌려온 한자를 함께 쓰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자가 어느 나라 문자인가라는 답이 나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한글이 탄생하기 이 전부터 멀게는 천 몇 백 년 이전부터 한자라는 명칭만 달리할 뿐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문자이므로 한글과 함께 우리 글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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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2021-02-05 12:14:44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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