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아프간 사태 계기로 자주국방·호혜의 한미동맹 더욱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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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아프간 사태 계기로 자주국방·호혜의 한미동맹 더욱 다져야
  • 연합뉴스
  • 승인 2021.08.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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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과 관련해 한국 등은 이번 사태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만, 유럽을 거론하며 이들 나라가 적대적 행위에 노출될 경우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집단방위를 뜻하는 '5조'(Article Five)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방어 약속을 재확인했다. 5조는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자동 개입으로 공동방어한다는 내용으로 나토, 일본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들어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3조에 이런 내용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아프간 사태 직후 자신이 한 발언이 촉발한 우려를 없애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익 없는 전쟁은 반복 안 하겠다"는 메시지로 미국이 필요에 따라 동맹을 버린다는 얘기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겠다는 그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로 경도돼 동맹과의 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 질문 자체가 중국과 대만에 관한 것이었는데 굳이 한국, 나토 등을 거론하며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의 향후 동맹관계 운영에 관한 구구한 관측과 동맹국들의 우려를 염두에 두고 동맹 중시 정책의 유지를 재확인한 모양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한반도 안보가 미국의 국익과 직결됨을 재확인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는 해명에 힘을 보탰다. 한국에 미군 2만8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으니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연관돼 한국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순 있다. 하지만 국가 역량이 극히 미미했고 내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아프간과 한국을 비교하는 건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한 보수 논객이 한국도 미국의 도움이 없다면 무너진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세계 6위 군사력을 보유한 10대 무역국인 한국의 위상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지나친 단순 논리에서 나온 발언이라서 미국 내에서도 반론이 거세다고 한다. 주한 미군의 존재가 냉전 시대의 산물이긴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해 온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는 미국에도 큰 안보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미국이 주로 베푸는 관계로 여기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 시혜란 인식에 매몰된 채 밀어붙인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좌초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사태를 21세기 포스트 냉전 시대에 걸맞게 동맹 관계를 진화, 발전시키는 또 다른 계기로 삼길 바란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를 재확인하는 만큼 동맹국을 향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프간 사태에서 보듯 일방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관계 설정을 유지할 리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 전략의 중심을 중국과의 경쟁에 두고 동맹 복원에 주력해 왔다. 이번 아프간 철수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결정으로 분석된다.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경제 규제 등 대중국 압박 전략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지속해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넓히는 방안도 포함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겨냥한 압박 요구를 섣불리 들어줄 수 없으니 정부에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동맹 설정을 안보 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상호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는 호혜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다. 미중 갈등 격화 등 정세 변화와 세계 경제 지도 변화에 부합하게 동맹 관리를 강화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곧 내놓을 해외 주둔 병력 역할 검토도 주목된다. 정부는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등 국익을 현저하게 해치는 결정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 조율에 힘써야 한다. 아프간 사태는 자주국방의 중요성도 새삼 일깨운다. 아프간 정부군의 지리멸렬은 누구도 스스로 돕지 않으면 남도 도움을 외면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방력 강화를 통한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상시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 노력에도 중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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