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계 기관장은 전리품인가…거센 비판 직면한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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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계 기관장은 전리품인가…거센 비판 직면한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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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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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예술단 공연[연합뉴스 자료]
광주시립예술단 공연[연합뉴스 자료]

광주시가 문화예술회관장 직위 문제로 지역 문화예술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 10개가량이 공동 성명서를 내면서 광주시 문화행정의 미숙함을 비판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비판의 초점은 이용섭 시장이 처음 도입한 문화예술회관장 개방형 직위를 다시 해제하기로 한 데 모여 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문화행정을 혁신하고 문화계와 소통하겠다면서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장 개방형 직위를 도입했다.

당시 선거를 도운 '정치인 출신'인 성현출 씨를 관장으로 임명한 뒤 성 관장이 임기 6개월가량을 앞두고 사직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개방형직위 허울을 씌워 '보은 인사'를 했다는 '합리적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문화재단과 문화예술회관은 광주시 문화예술정책을 구현하는 양 날개다.

문화재단은 예술인지원과 문화교류사업을 하고, 문화예술회관은 8개 시립예술단의 공연지원과 대관(貸館) 업무를 한다.

문화예술회관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공연의 질과 양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개방형직위로 지정되기 전에는 퇴직이 임박한 시 중간간부급인 4급 서기관이 문화예술회관장을 맡곤 하면서 문화예술 마인드 부족 논란에 시달렸었다.

따라서 문화예술회관장의 개방형직위는 문화예술계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계의 개방형직위 요구를 '밥그릇 싸움'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개방형직위를 시행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아서, 그것도 3년 전 시장 선거 때 이 시장을 도운 인물이 일신상 이유를 내세워 중도에 그만두자 이제는 다시 공무원을 임명하겠다는 시 행정을 시민들이 과연 신뢰하겠는가?

시 관계자는 "현재 회관 리모델링 등 중요한 사업이 진행 중으로 인사에 공백이 발생하면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고 최대한 빨리 다음 관장을 임명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지만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다시 개방형 직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말인데, 그때는 정말 보은 인사 논란 없이 예향(藝鄕) 광주의 문화예술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인사를 시민들은 맞이할 수 있는 것일까?

"개방형 직위 지정과 해제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문화예술인들은 모욕을 느낀다.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들, 최소한 문화예술계 수장 자리는 '선거 전리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40년간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한 원로 인사의 말이 큰 울림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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