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석 대변인 "후회도 미련도 없어" 대변인직 사퇴
비록 전남도당위원장의 자격을 전제로 말하기 했지만 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이 당 대표를 공개 비난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변인 사퇴까지 염두에 둔 작심 발언이 아니었겠느냐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이 대변인은 13일 오후 대변인직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전날(12일) 의총 발언은 전남도당위원장으로서 한 말로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1월15일 김관영 수석대변인 후임으로 수석 대변인에 임명된 그는 4개월여만에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이 대변인의 의총 발언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구 민주당측과 안철수 대표측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풀이다.
지난 3월2일 1대1 지분을 갖고 통합을 선언한 양측간 6·4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지분싸움이 이 대변인의 발언으로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전남도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는 이윤석 전남도당위원장을 포함해 구 민주당계 8명과 새정치계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공천과 관련된 양측의 알력으로 인해 안 대표측인 새정치계 위원들이 공천과 관련된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전남 고흥·신안·영암·장흥·함평군수 등이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안 대표측 인사들이 이들의 공천 배제를 주장, 양측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 대변인은 안 대표측이 회의에서 참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고 중앙당의 의결을 요청했으나 쉽사리 의결이 되지 않았다.
이 대변인측은 "어렵게 공천심사를 마무리하고 최고위원회의에 의결을 요청했지만 시간만 끌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계측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이 지연된 이유가 안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불만은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폭발했다. 이 대변인은 전남도당위원장 자격이란 전제하에 "이렇게 혼란스럽게 할 거면 두 대표가 당을 떠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안 대표를 향해선 "최적, 최강의 후보를 내기로 한 만큼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당신이 가슴 속에 품은 대통령 출마에 대한 기득권을 버리고 새 정치의 이상을 펼쳐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이 김한길 대표까지 거론한 이유에 대해 당 관계자는 "공천문제이다 보니 안 대표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려워 김한길 대표까지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5시까지 최고위원회를 열고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경선후보자 및 경선방법을 확정했다.
우선 단수공천 하기로 했던 하기로 했던 여수시장의 경우 '안철수 사람 챙기기' 라는 당 일각의 비판을 감안해 경선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수시장의 경우 안 대표측에서 단수공천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배려' 차원에서 단수공천을 결정했다가 원상태로 복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순군수 선거의 경우도 단수공천에서 경선으로 변경됐다.
영암지역은 당초 후보에 포함됐던 김일태 현 군수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김재원, 전동평 후보간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지도자 주변은 희생이 필요한데 안 대표는 그렇지 않지만 주변 인사들은 자기몫을 챙기려다 결국 전남에서 현역 군수 하나 교체하고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대표측근들이) 안 대표의 뜻처럼 위장하려다 20여일간 갈등만 키웠다"며 "안 대표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오죽했으면 당의 수석대변인이 의총에서 면전에 두고 두 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했겠느냐"고 이 대변인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공천과 관련해선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안 대표가 혼자서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구 민주계의 반발로 개혁공천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앙당이 주도하는 개혁공천이 조금 퇴보한 것 같다"며 "경선을 통해 당원들이 개혁공천의 의미를 잘 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