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소금 섭취, 뇌에 저산소증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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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소금 섭취, 뇌에 저산소증 일으킨다
  • 연합뉴스
  • 승인 2021.11.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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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 흥분하면 혈류량 증가? 시상하부서 '반대 현상' 관찰
뉴런, 고농도 염분에 저산소 대응→조직 손상 위험 커져
미국 조지아주립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트'에 논문
뇌 오르가노이드인간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장기·조직).신경줄기세포(녹색)와 전구세포(적색), 신경세포(백색) 등이 섞여 있다.이런 뇌 오르가노이드는 인간의 뇌 발달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많이 쓰인다.[스위스 취리히대 Daniel Gonzalez-Bohorquez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뇌 오르가노이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장기·조직).신경줄기세포(녹색)와 전구세포(적색), 신경세포(백색) 등이 섞여 있다.
이런 뇌 오르가노이드는 인간의 뇌 발달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많이 쓰인다.
[스위스 취리히대 Daniel Gonzalez-Bohorquez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뇌의 어떤 영역에서 뉴런(신경세포)이 흥분하면 혈액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간다.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뇌 세동맥의 확장으로 생기는 이런 현상을 신경혈관 접합(neurovascular coupling) 또는 기능적 충혈(functional hyperemia)이라고 한다.

의사들은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 검사로 혈류가 약한 부위를 찾아 뇌 질환을 진단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뇌의 신경혈관 접합에 관한 연구는 대뇌피질 등 깊지 않은 부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또 시각이나 청각 같은 주위 환경의 감각 자극에 반응해 뇌 혈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우리 몸 자체가 생성하는 자극, 즉 내부 감각 수용기 신호(interoceptive signals)에 맞춰지는 뇌의 깊은 영역에도 기능적 충혈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뇌의 깊은 영역에 위치한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선 뉴런이 활성화할 때 오히려 혈류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혈류 감소는 자연스럽게 저산소증으로 이어졌고 조직 손상의 위험도 커졌다.

대뇌피질에서 혈류량이 감소하는 건 보통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국소빈혈 등의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시상의 아래쪽에 위치해 뇌하수체와 연결된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제어한다. 항 이뇨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것도 시상하부다.

이 연구는 미국 조지아 주립대의 하비에르 스턴(Javier Stern)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고, 논문은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렸다.

'역전 신경혈관 접합' 도해이 메커니즘은 바소프레신 뉴런의 '정반응 피드백(positive feedback)' 흥분에 관여한다.[미국 조지아 주립대 하비에르 스턴 교수팀 '셀 리포트' 논문 캡처 / 재판매 및 DB 금지]
'역전 신경혈관 접합' 도해
이 메커니즘은 바소프레신 뉴런의 '정반응 피드백(positive feedback)' 흥분에 관여한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 하비에르 스턴 교수팀 '셀 리포트' 논문 캡처 / 재판매 및 DB 금지]

1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시상하부 뉴런의 이런 혈류 감소는 혈액의 소금 농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체는 혈중 소듐 수위를 제어하는 데 매우 민감하다. 소듐 농도를 감지하는 세포가 따로 있을 정도다.

우리가 짠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감지한 뇌가 곧바로 일련의 보상 기제를 작동해 소듐(sodium) 농도를 떨어뜨린다.

소듐은 소금(염화나트륨)의 주성분인 나트륨(복수 표기)을 말한다.

항 이뇨(antidiuretic) 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 분비를 촉발하는 시상하부의 뉴런이 활성화하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시상하부에선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뉴런은 활성화했는데 혈류량이 되레 줄고 저산소증까지 온 것이다.

연구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 현상을 '역전 신경혈관 접합'이라고 불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스턴 교수는 "짠 걸 많이 먹으면 체내 소듐 수치가 장시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라면서 "이런 환경에서 뉴런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기제로 저산소증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금의 자극이 오래 지속되는 나쁜 환경에서 뉴런의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저산소증이 필요할 거라는 뜻이다.

이 발견을 계기로 스턴 교수팀에겐 흥미로운 의문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고혈압이 뇌에 미치는 충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 중 50∼60%는 과도한 소금 섭취와 관련이 있는 '염분 의존(salt-dependent)' 타입으로 추정된다.

만성적으로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실제로 바소프레신(항 이뇨 호르몬) 뉴런이 과잉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역전 신경혈관 접합' 메커니즘이 개입하면 과도한 저산소증을 유발해 뇌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신경세포 구조[한국 분자세포 생물학회 / 재판매 및 DB 금지]
뇌 신경세포 구조
[한국 분자세포 생물학회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우선 동물 실험을 통해, 시상하부의 '역전 신경혈관 접합' 메커니즘이 염분 의존(salt-dependent) 고혈압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뇌의 다른 영역과 우울증, 비만, 신경퇴행질환 등에 대한 연구도 확대하기로 했다.

스턴 교수는 "이 과정을 더 잘 이해하면 (뉴런의) 저산소 의존 활성화를 멈추게 하는 표적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염분 의존 고혈압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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