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서 이젠 1인자로…이강철, KS MVP 첫 우승 감독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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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서 이젠 1인자로…이강철, KS MVP 첫 우승 감독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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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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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에 가려진 타이거즈 레전드…코치로 13년 재직 후 감독 3년 만에 정상 정복
소통·데이터 활용 능하고 신중한 외유내강 리더십…kt 부임 후 6위→3위→우승 성과
kt 이강철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kt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단 8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wiz에 첫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선사한 이강철(55) 감독은 18일 마침내 2인자에서 벗어나 1인자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kt의 우승으로 이 감독은 KS 정상에 오른 역대 17번째 감독이 됐다.

1996년 한국시리즈 MVP 이강철[연합뉴스 자료사진]
1996년 한국시리즈 MVP 이강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출신으로 감독으로도 축배를 든 최초의 지도자라는 새 역사도 썼다.

KBO리그에서 현역으로 뛰고 지도자로서 KS 우승을 경험한 전·현직 감독은 이 감독을 비롯해 백인천, 김재박, 선동열, 조범현, 류중일, 김태형, 김기태, 이동욱 감독 등 9명이다.

이 중 선수 때 한국시리즈 MVP 영예를 안은 이는 이강철 감독뿐이다.

이 감독은 해태 소속이던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한 차례 완봉승 포함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의 빼어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현대 선수들이 유독 언더핸드 투수에 약해 그해 해태 우승은 이 감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KIA에서 뛰던 시절 이강철[연합뉴스 자료사진]
2004년 KIA에서 뛰던 시절 이강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감독은 연체동물을 떠올리게 하듯 부드럽고 유연한 투구 폼으로 KBO리그를 풍미한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의 전신)는 물론 한국 야구 언더핸드 투수의 전설이다.

1989년 해태에 입단해 2005년 KIA에서 은퇴할 때까지 17시즌 통산 152승 112패, 53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를 남겼다. 다승과 투구 이닝(2천204⅔이닝)은 역대 투수 3위의 성적이다.

그러나 특출난 성적에도 이 감독은 현역 시절 2인자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년간 팀 동료로 원정 숙소에서 함께 방을 쓴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있어서다.

2021년 kt의 스프링캠프 찾은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이강철 감독[kt wiz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 kt의 스프링캠프 찾은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이강철 감독
[kt wiz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일고와 해태 4년 선후배로 지금도 각별한 이 감독과 선 전 감독은 타이거즈 마운드를 이끈 쌍두마차였지만, 언론과 팬들의 조명은 선 전 감독에게 쏠렸다.

이 감독은 2006년 KIA의 투수코치로 변신해 지도자로 입문한 뒤 2018년까지 KIA,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3개 팀에서 투수·수석 코치로 13년을 보냈다.

KBO리그에서 뛴 야구인들이 자연스럽게 감독으로 선임되는 현 추세로 볼 때 코치 생활 10년을 거쳐 2011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전 감독보다도 더 길게 이 감독은 코치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 시절 염경엽 전 감독과 이강철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 시절 염경엽 전 감독과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수코치로 주로 활동하다가 광주일고 3년 후배인 염경엽 전 감독의 배려로 2013∼2016년 넥센 1군 수석코치를 맡아 지도자의 시야를 넓혔다.

이후 두산으로 옮겨 2군 감독과 투수·수석코치를 지내며 내공을 닦고 2017∼2018년 선동열 전 감독을 도와 야구대표팀 투수코치로 지냈다.

두산 수석·투수코치 시절 이강철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 수석·투수코치 시절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 육성·발굴 시스템이 자리잡힌 히어로즈와 두산 두 강팀에서 지도자 이력을 보완한 이 감독은 마침내 2019년 시즌부터 kt의 3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맡았다.

2013년 10번째 구단으로 창단해 2015년 1군에 뛰어든 뒤 바닥을 기던 kt는 이 감독 부임 후 팀의 이름에 걸맞게 '마법사 군단'으로 변신했다.

kt 3대 사령탑에 취임한 이강철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kt 3대 사령탑에 취임한 이강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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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직전인 2018년, 창단 후 처음으로 10위에서 탈출해 9위로 올라선 kt는 이 감독과 함께 한 첫해 6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어 2020년에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최초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다.

두산에 패해 첫 번째 도전은 플레이오프에서 끝났지만, 2021년에는 정규리그 1위 결정전에서 삼성을 KS에 직행한 뒤 두산을 4승 무패로 따돌리고 설욕과 함께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이 감독은 오랜 코치 생활 덕분에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2006년 6개월간 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연수를 거쳐 데이터 활용 등 선진 야구 습득에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kt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를 취한 이강철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kt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를 취한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주특기인 투수 관리에서 현역 감독 중 독보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예민한 투수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간다.

이보근, 유원상, 안영명, 박시영 등 다른 구단에서 방출당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수들을 데려와 불펜의 주축 투수로 키워냈다.

선수들과 승리 자축하는 이강철 감독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4대2로 1차전을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과 경기를 지배한 쿠에바스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1.11.14 (사진=연합뉴스)
선수들과 승리 자축하는 이강철 감독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4대2로 1차전을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과 경기를 지배한 쿠에바스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1.11.14 (사진=연합뉴스)

윌리엄 쿠에바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 외국인 투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 심리 싸움도 즐겼다. 투수 출신이라 그 마음을 잘 알아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계투책이 과감하며 공격적이라면, 이강철 감독의 불펜 운용책은 신중하다.

KS에서 불펜의 필승 카드로 점찍은 고영표를 2차전 6-0으로 크게 앞선 7회와 3-0으로 앞선 7회에 각각 마운드에 올려 두산의 예봉을 꺾은 장면, 마무리 김재윤의 구위를 신뢰해 4차전에서도 우승의 영광을 누리도록 마지막까지 배려한 장면 등이 이 감독의 지도 철학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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