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초심으로" 홀로서기 선언…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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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윤석열 "초심으로" 홀로서기 선언…승부수 통할까
  • 연합뉴스
  • 승인 2022.01.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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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김종인 사실상 '경질'…'초슬림 선대위'로 새출발
"리더십 원천 회복 지지율 반등 계기" vs "중도·2030 이탈 가속 전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을 63일 앞둔 5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로 선대위 난맥상을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종인 상왕설'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지속으로 윤 후보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며 급기야 일각에서 '후보 교체'까지 거론되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하자,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고 '후보 중심 초슬림 선대위'로 재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연말연초의 지지율 하락세를 멈춰세우고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꺼내든 극약처방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초강수에 대해 "성공하면 확실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당내 분열을 더 심화하고 중도층과 2030세대의 이탈을 가속할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선대위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하는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선대위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하는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선대위 전면 해체를 선언하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실무형의 '초슬림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내용의 선대위 쇄신 구상을 발표했다.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선대위 조직을 다 허물고, 선대본부 체제로 조직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조직·정책·전략·홍보 정도의 핵심 기능만 남기고, 수도권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새로 임명해 선거 전략, 일정, 메시지 등을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젊은 실무자들에게 선대본부 주축을 맡기고 국회의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지 않겠다며, 당과 조직의 힘을 빌리기보다 개인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같은 쇄신안은 윤 후보가 6개월 전 정치 입문 당시의 '윤석열다움'을 회복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회견에서도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초심'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지목받아온 권성동 사무총장, 윤한홍 전략기획부총장이 당직과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이미 '2선 후퇴'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까지 윤 후보의 '최측근 3인방'이 백의종군하면서 윤 후보의 결단에 힘을 실었다.

선대위 쇄신 관련 기자회견하는 윤석열 후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선대위 쇄신 관련 기자회견하는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가 밝힌 선대위 쇄신의 핵심은 결국 김종인 위원장과의 결별 공식화라 할 수 있다.

기존 선대위를 허물고 실무형 선대위를 다시 짜면서 김 위원장이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상은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경질'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초 '울산 회동'으로 김 위원장이 선대위에 공식 합류한 지 한 달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김 위원장이 윤 후보의 최종 동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하고 '후보는 하라는 대로 연기만 하라'고 말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윤 후보 리더십이 치명적으로 훼손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안고 갈 경우 여권에서 집중 제기하는 '꼭두각시' 프레임에 휘말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 후보 주변에선 "김종인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으며 김 위원장을 '잘라야 한다'는 건의가 윤 후보에게 실제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대위 쇄신을 예견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가 처음 김종인 위원장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3인과 함께하는 체제를 구상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이 '선대위 원톱'을 요구하며 반발했을 때부터 갈등의 씨앗이 내재됐다가, 결국 폭발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경질함으로써 윤 후보가 갈등 관계에 있던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도 억지로 풀려 하기보다, 선을 긋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윤 후보와 갈라서면서 김 위원장을 따라 선대위에 합류한 금태섭·정태근 전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김종인, 결별 수순으로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해산' 방침을 세우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5일 쇄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는 윤석열 후보(왼쪽)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김종인, 결별 수순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해산' 방침을 세우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5일 쇄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는 윤석열 후보(왼쪽)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2022.1.5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의 이번 벼랑 끝 승부수가 통할지는 향후 여론의 흐름에 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단기필마'로 외롭게 홀로 서는 길을 택한 윤 후보의 결정이 지금의 답답한 국면을 전환시키며 지지율 회복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극한 위기 상황 속에 '보수 결집' 효과와 함께 정치 입문 당시 높은 지지를 회복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보에게 가장 쉬운 길이지만 가장 질 확률이 높은 게 '알아서 다 해 주십시오'라는 거다. 가장 가시밭길이지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죽어야 산다는 굳은 각오로 가시밭길을 걷는 것"이라며 "윤 후보의 리더십 원천을 다 까먹은 상황에서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가장 국민들에게 사랑받았을 때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홀로 외로이 서 있을 때였는데 그걸 잊어버리고 이 사람 저 사람 기대서 돌파하겠다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었다"며 "나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혼자 가는 게 맞다.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을수록 국민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이 취약한 중도와 2030세대 이탈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당내 인사들마저 품지 못하고 일부와 적대관계를 형성해 '통합의 리더십'과 배치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원은 "지금 여론조사에서 당의 주요 기반인 6070세대에서밖에 앞서지 못하고 있고 20·30세대 지지를 어떻게든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며 "중도와 20·30세대 지지를 포기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게 통합의 리더십인데,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잘 조화시켜서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한 시기에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쳐 내면 더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최악으로 가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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