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네거티브 없었지만 변별력도 떨어진 대선후보 첫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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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네거티브 없었지만 변별력도 떨어진 대선후보 첫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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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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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토론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선후보 TV 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2022.2.3 (사진=연합뉴스)
대선후보 TV토론
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선후보 TV 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2022.2.3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등 여야 대선후보 4명이 3일 밤 TV토론에서 다양한 이슈를 놓고 격돌했다. 선거일을 34일 앞두고 이뤄진 20대 대선의 첫 TV토론이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싸고 다소의 날 선 공방이 오갔지만, 공약과 정책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는 등 전반적으로 무난했다고 평가한다. 이 후보는 특유의 노련미를 과시했고 '정치 초보'인 윤 후보는 상당히 준비한 듯했으며, 안 후보와 심 후보도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양강'인 이 후보는 민생경제, 윤 후보는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었고 안, 심 후보는 대안 세력의 존재감 부각에 주력한 듯한 인상이었다. '역대급 비호감'이란 표현이 이번 대선전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력 후보 부인들의 '과잉 의전' '녹취록' 등을 둘러싼 추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네거티브가 국민의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후보들이 공유한 데 따른 결과로 보여 긍정적이다.

이날 토론에서 각 후보는 부동산과 외교·안보, 일자리·성장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동시에 상대 후보 정책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손 볼 부동산 정책으로 이 후보는 "공급 확대" 윤 후보는 "대출 규제 완화" 안 후보는 "주거 안정" 심 후보는 "집값 하향"을 들며 차별화를 꾀했다. 자유 주제에서는 안 후보가 '공적연금 일원화'에 대한 공동선언을 제안하자 이, 윤 후보가 각각 "좋은 의견",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며 호응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심 후보가 '안희정 미투'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즉석에서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4인 4색'의 정책 방향성이 감지됐다. 미국·중국·일본·북한의 정상 중 취임 후 만날 우선순위에 대해 이 후보는 "미리 정하지 않겠다"고, 윤 후보는 "미-일-중-북 순", 안 후보는 "미-중-북-일 순", 심 후보는 "북미 이어 4자"라고 답했다. 후보들은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기조인 '3불(不) 정책'과 대북 선제타격론, 수도권 사드 배치, 노동이사제, 탈원전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사안에 따라 다소 흥분한 상태로 신경전을 벌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선을 과도하게 넘거나 토론의 분위기를 훼손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본다. 다만 미리 정해진 주제와 시간제한으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서 심도 있는 토론이나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이날 토론회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겠으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부동층이 3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그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는 추후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권자가 더 많은 토론을 원하고 있는 만큼 대선 후보들이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 주관의 법정 TV토론이 오는 21일부터 3차례 예정돼 있으나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야외집회나 거리유세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으니 대선 후보들은 일반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송토론에 가급적 많이 나서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이,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니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두 사람의 양자 토론도 긴요해 보인다. 선거 공학적 유불리만 따지는 소심한 모습보다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에게 적극 다가서려는 담대한 행보가 더 많은 주권자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것을 각 후보 진영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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