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곽상도 이어 박영수 겨눈 '50억 클럽' 수사 더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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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곽상도 이어 박영수 겨눈 '50억 클럽' 수사 더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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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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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50억 클럽' (PG)일러스트
대장동 '50억 클럽' (PG)
일러스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대장동 개발 민간업체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회사로부터 1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박 전 특검의 딸 계좌로 11억 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연이율 4.6%, 3년 기한의 정상적인 대출로 회사 회계 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됐고, 차용증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상식적으로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 일반 회사에서 평사원에게 1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빌려주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법한 박 전 특검의 딸이 '가정 상의 필요'로 돈을 빌렸다는 것도 의아하다. 그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아 8억~9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상궤를 벗어난 황당한 거래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은 없었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국민들은 유독 박 전 특검 주변에서 왜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과거 8개월 동안 월 1천500만 원을 받으면서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일하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로 임명되자 사임했는데 그의 딸은 그 몇 달 전 이 회사에 입사해 이런저런 특혜를 받았다.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회사 설립 자금 5억 원을 전달하는 등 처음부터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있다. 또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그의 친척은 김씨로부터 성격이 모호한 100억 원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이를 알선한 브로커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 때는 고급 승용차 포르쉐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구설에 올라 결국 특검에서 물러났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불법·부패를 추상같이 단죄하던 그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대형 의혹 사건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된 데 이어 박 전 특검과 관련한 의혹도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이제 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두 축은 민간업자에게 천문학적인 이득을 안겨준 사업 설계 과정의 특혜 의혹, 그리고 정치권·법조계 로비 의혹이다. 특혜 의혹의 경우 소위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어쨌든 주범 김 씨,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4인방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굼뜨기 짝이 없다. 50억 클럽은 김 씨와 정 회계사 대화 녹취록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됐고 리스트 6명의 실명까지 알려진 마당이다. 그런데 여러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진 박 전 특검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서조차 강제 수사 없이 소환 조사만 했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당시 김 씨가 여러 번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퇴임 후에는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일한 바도 있다. 의지가 없는 것인지,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검찰이 이렇게 미적대서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대통령 선거 전 대장동 특검은 사실상 무산됐다. 어떤 외적 상황도 개의치 않고 오직 실체적 진실만을 쫓겠다는 각오로 국민의 궁금증을 신속하고 속 시원하게 해소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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