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네거티브 난무 사생결단 선거…대선 이후가 걱정이다
상태바
[연합시론] 네거티브 난무 사생결단 선거…대선 이후가 걱정이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2.18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 호소하는 이재명(좌) 윤석열[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지 호소하는 이재명(좌) 윤석열
[연합뉴스 자료사진]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혐오 굿판', '기생충' 등 네거티브 언어가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을 거론하며 "작년 대구에서 주술·사교 집단이, 신천지가 감염을 확대할 때 누군가는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방역을 방해하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며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또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건진법사' 전 모 씨가 2018년 '가죽 벗긴 소'로 논란을 낳았던 행사를 주관했다면서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를 향해 "도대체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굿판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등을 달고 무엇을 기원했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아예 조직적으로 윤 후보를 '주술'과 '배신'이라는 키워드로 공격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유세 연설내용이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한 윤 후보가 주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과 여당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에 빗대면서 "자기 죄는 덮고 남은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서 선동하고, 이게 원래 파시스트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2020년 8월부터 이 후보 부부가 사는 분당 수내동 아파트 옆집을 '직원 합숙소'로 썼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국민은 초밥 10인분이 어디로 갔는지, 5급 공무원 배 모 씨가 말했던 '기생충'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사 합숙소를 이 후보 자택 옆으로 옮겨 대선 준비를 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비서 역할을 한 배 씨가 사적 통화에서 김씨의 많은 음식 주문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생충'을 언급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 합숙소가 이 후보의 불법 사전선거운동 근거지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은 "엉터리 의혹 제기"라면서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지속한다면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수사가 이뤄지기는 난망이어서 이 문제 또한 당분간 진실과 허위 사이를 떠도는 의혹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으레 네거티브 공방, 진흙탕 싸움이 있었지만, 이번 대선은 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인물 대결은 없고, 진영 대결로만 치닫는 대선 구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하루가 멀다고 대형악재에 부닥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큰 변화 없이 박빙이다. 내 편의 잘잘못을 떠나 상대편이 이기는 건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유권자들의 감정적 적대감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이성적 고민을 압도하고 있는 정치 양극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진영 대결이 극심할수록 양측은 자기 편을 결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쓰기 마련이다.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사생결단 선거가 판을 치고 있는 이유다. 분열과 적대적 대립이 심화하는 작금의 선거판이 걱정되는 것은 대선 이후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건, 상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진영의 반발로 인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2021년 미국 대선 직후 극단주의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를 극단화시키는 분열주의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위한 통합과 비전의 메시지로 성숙한 선거를 치러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