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기후위기란] ② 거대한 흐름 속 "작은 실천 의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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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기후위기란] ② 거대한 흐름 속 "작은 실천 의미 있나요"
  • 연합뉴스
  • 승인 2022.03.0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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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체감 어려워도 친환경제품 사용·소비 줄이기 등 의식적 행동
"나 하나 실천으로 얼마나 변할까?"…우울·무력감 극복도 과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 증가[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 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기관 직원 한경진(가명·29) 씨는 비닐봉지를 가급적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음식을 쌀 때 식품 용기를 사용한다. 생활용품은 리필제품을 구입하고, 화장품은 다 쓴 용기를 수거해주는 브랜드를 쓴다. 일상에서 탄소배출 요인을 줄이려는 개인적 실천이다.

한씨도 기후 위기를 피부에 와닿는 자신의 문제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생각하고 상상해야 비로소 다가오는 문제"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나 친환경 소비에 동참하는 주변인들의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아 한씨도 의식적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회사원 박길호(가명·33) 씨는 일상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3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 어디에 있든 쓰레기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고, 축산업이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고 해 육류 소비도 줄였다. 자가용은 가급적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박씨는 "이런 실천으로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인식을 바꿀 기회로 여겨 소소하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만난 도시민 10명 가운데는 기후 위기를 당장 체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일상에서 실천을 이어 오는 이들이 적잖았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노력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제 리필[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제 리필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만들고 쓰고 버리는 것 자체가 문제"…'소비 지양' 가치관도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물건이든 현재로서는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대부분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고 자원까지 소모할 수밖에 없으니 소비가 줄면 생산과 폐기도 줄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일상에서 '소비 최소화'를 추구하는 회사원 최진우(가명·41) 씨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외가에 있던 자개장을 집으로 가져왔다. 손잡이가 낡아 떨어지는 등 일부 하자가 있었지만 전체 틀 자체는 문제가 없으니 내다 버리기보다 고쳐서 계속 쓰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과거처럼 폐수를 몰래 방류하는 등 부도덕한 행태는 많이 없어진 것 같지만, 이제는 싸고 좋은 공산품이 워낙 많이 생산되니 사람들이 쉽게 사서 쓰고 쉽게 버리는 게 문제"라며 "근본적으로는 사회 시스템 전반이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최씨에게는 전기차처럼 친환경을 표방하는 생산품도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그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전기차라는 상품을 새로 생산하게 되면 역시 자원을 또 소비하고, 그러면서 환경에 또다시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기차는) 환경보다는 신산업 발전이 초점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주부 박은영(가명·52) 씨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기본 마인드'라고 했다. 그는 "소비하지 않으면 생산하지 않을 테니 집에 있는 물품이라면 또 사지 말고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소비에 쓰이는 플라스틱, 비닐 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분리배출용 쓰레기통[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리배출용 쓰레기통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나 혼자 이런다고 의미 있나?"…무력감 느끼기도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하는 이들은 한편으로는 '나 하나의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개인 차원에서 소소한 실천을 계속하더라도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다수 세계인과 국가, 기업들이 뜻을 같이해줄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길호 씨는 "쓰레기 분리배출, 자동차 덜 타기, 육류 덜 먹기 등은 나라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나 혼자 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는 등 모두가 동참하도록 해야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을 텐데 혼자서는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진우 씨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다.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활용 등에 관심을 두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건 전 세계가 같이 실천하면서 사람들의 일반적 생활 방식이 돼야 의미가 있잖아요. 나만, 혹은 우리나라만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면 '그냥 편하게 살지 뭐'라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기후활동가들은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의욕을 상실하기 쉽다며 자신들이 동조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의 유은강 활동가는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실천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일종의 '기후 우울'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기후 위기란 너무 거대하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활동가는 "국내에도 기후 관련 여러 단체가 있고 연령층이나 성격도 다양하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팔로우해보길 권한다"며 "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나 강연 등에 가보면 이런 무력감이나 막막함을 먼저 느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지헌 기후변화청년모임(빅웨이브) 운영위원은 "어떤 분은 그런 무력감을 느끼다 자신의 실천 내용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기록하니 사람들이 동조해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며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분들이 외롭지 않도록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연대하는 방식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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