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기후위기란] ③ '실천하는 시민'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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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기후위기란] ③ '실천하는 시민' 어떻게 만들까
  • 연합뉴스
  • 승인 2022.03.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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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시급하지만 자발적 의식 고양엔 긴 시간 필요
"정부가 정책으로 일상 침투해 인식 끌어내야" 의견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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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정부와 재계에 몇 배나 더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개인의 실천은 기업 등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들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사회체제와 구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유력한 경로입니다."(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기후 위기에 관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그와 관련한 실천이 늘어나면 정부 정책과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정치에 대해서는 유권자, 기업에는 고객 또는 소비자로서 기후 위기에 대한 여론을 만들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만난 취업준비생 오희진(가명·26) 씨도 "개인들은 기업이나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기후 위기에 관한 생각이나 실천에 무관심할 수 있다"며 "인식이 바뀌어야 어떤 기업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등에 관심을 둘 수 있고 소비로까지 이어져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루하루 생업이나 학업에 바쁜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각성'해 단기간에 기후 위기 대응을 생활의 중요 영역으로 끌어올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씨를 비롯해 도시 거주 시민 10명도 기후 위기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거론하며 이런 고민을 내비쳤다.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침투하는 정책을 펴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방안이 낫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시민의식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기후 위기는 그렇게 마냥 기다릴 만큼 여유로운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역시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면서 개인의 생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주부 최현숙(가명·68) 씨는 "기후 위기가 심각함을 인지하더라도 개인들은 다들 생활하기 바쁘고, 자신이 편리한 대로 소비하고 버리며 살기 쉽다"며 "기후 위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정책을 시행하고 경각심을 주면서 기업과 개인들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경욱(가명·41) 씨도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려면 페널티나 인센티브 제도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이걸 하면 얼마를 지원해준다거나 세금을 감면해준다, 안 지키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기후 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체감하고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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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이 생겨나지 않고, 정책도 실효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므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은 정부가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시행하고,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 운동을 벌이는 환경단체들도 시민들의 인식을 높여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늘 고민스러운 과제다. 이들 역시 정부가 제도를 통해 개인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안재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기후 위기는 이제 '그렇게 하면 좋은 것' 수준이 아니라 개인이든 가정이든 직장이든 각각의 영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의무를 갖게 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라며 "그러려면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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