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 대통령의 '안희정 부친상 조화'와 민주당 안팎의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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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문 대통령의 '안희정 부친상 조화'와 민주당 안팎의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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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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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빈소로 향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됐다. 2022.3.9 (사진=연합뉴스)
부친상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빈소로 향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 형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됐다. 2022.3.9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근조화환을 보낸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있고 양측 입장을 모두 이해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결론적으로 섬세하지 못했고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무감각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무려 4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고립되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함 등의 근조화환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포위망을 더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및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이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하지 못하는 바로 이런 행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안 전 지사 부친상에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근조화환이 놓였다. 여러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의 화환과 함께였다"며 "이런 행태를 보면 현 정부와 민주당은 아직도 반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번처럼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까지 나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문 대통령이 피해자의 처지에 둔감했던 것 아니냐는 항의의 목소리일 것이다. 안 전 지사는 비서 출신인 김지은 씨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로 2018년 불구속기소 됐다가 1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일한 증거였던 피해자 진술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있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항소심은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고려의 정도가 판단을 뒤집은 결정적 변수였다. 2심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심리할 땐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성 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의 근거는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부모를 잃는 슬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한다. 안 전 지사는 지난 8일 부친상을 당했고, 2020년 7월에는 모친상을 겪었다. 정치인으로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부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일을 당했으니 그의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다. 부모상은 원수라도 찾아보는 것이 우리 관습이고, 서양에서는 전쟁도 잠시 멈추는 전통이 있다. 문 대통령이 안 전 지사의 부친상에 조화를 보낸 것은 그런 인지상정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일국의 대통령은 좀 더 세심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안 전 지사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고, 피해자가 여전히 두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자칫 '2차 가해'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었다면 대통령의 개인 자격이나 비공개로 하는 게 바람직했다는 여권 일각의 지적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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