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구권력 힘겨루기로 나가면 국민 분열 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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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신구권력 힘겨루기로 나가면 국민 분열 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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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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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구 권력간 원활한 권력 이양의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예정 시간을 네시간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뿐 구체적 연기 사유에 대해선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했다. 사실 회동이 있기 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 문제 등 현안들이 다뤄질 것이라는 발표와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견례 자리가 지나치게 무거워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여러 사안에 대한 사전 조율을 마무리한 후 회동하는 것이 일정에 쫓겨 만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초박빙 승부였는데도 패자의 깨끗한 승복과 승자의 '국민통합' 메시지로 허니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순탄한 권력 이양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에게 이날 회동 무산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172석의 압도적 국회 의석을 가진 현 민주당과 신승을 거둔 윤석열 차기 정부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실 양측간 충돌이 가시화하는 기류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진퇴 문제가 단적인 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지 하루 만에 김 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그간 대장동 사건 등에서 보여준 김오수 검찰의 졸속수사와 무능 등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은 검찰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핵관'으로 불리는 당선인 최측근 인사가 인수위 구성도 마무리되기 전에 검찰총장 사퇴를 공개 언급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면 역시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건강 악화와 국민통합 등을 이유로 꾸준히 거론해온 MB 사면을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는 당선인 측의 요청은 법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 통합의 차원에서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청와대와 당선인 간의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당선인 측근들이 직접 언급하면서 "당선인 주변에 MB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인상만 각인시킨 셈이 됐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문 대통령 임기 중 진행되는 공직자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선인 측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협의해 달라"고 했지만, 청와대 측은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권교체기 공공기관장 인사 논란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전문성에 따른 인선이 아닌 정치적 연고로 임명해온 관행, 임기가 보장됐으니 쫓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낙하산·알박기 공공기관 인사 폐단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임기가 보장된 인사를 무리하게 내보내려 할 경우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또 형식적 인사권은 현직 대통령 소관이지만, 그 인사가 일은 새 정부와 한다는 점에서 '임기 내 인사권 행사 강행' 주장은 억지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조율하는 곳이 인수위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 간 핫라인일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네거티브 공방, 경쟁이 아닌 전쟁 양상의 이전투구 대선의 결과인 0.73%p 초박빙 승부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줬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일성으로 "국민통합이 최우선"이라고 하고, 문 대통령이 "갈라진 민심 수습과 통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도 당선인 측이나 현 여권 간 작금의 충돌 양상은 선거 이후에도 여전한 반목과 증오의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진영 간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는 힘겨루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조속히 현안을 조율해 두 사람이 마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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