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구권력은 확전 자제하고 통합과 협치 민의 받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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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신·구권력은 확전 자제하고 통합과 협치 민의 받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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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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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구 권력의 감정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되도록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정상이 아니다. 또한 충돌 사태는 수습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일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며 갈등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24일 윤 당선인과의 회동 일정 조율과 관련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나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완충지대도 없이 격돌한 모양새다. 0.73% 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난 이번 대선의 민의는 통합과 협치의 요구였다. 하지만 신·구 권력은 민의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러니 누구를 위한 충돌인지,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이양기 다소의 신경전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16일로 예정된 오찬 회동이 4시간 전에 전격 무산된 이후 마치 내전을 치르듯 격돌로 치닫는 것은 볼썽사나울 뿐 아니라 주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가장 첨예한 사안이 인사 문제라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게 우선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정부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인사권 등의 행사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측은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의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원칙론일 뿐이다. 임기상 차기 정부와 호흡을 맞출 고위직의 인선은 당선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게 민의를 수렴하는 태도이자 정치의 몫이다. 그 연장선에서 윤 당선인이 현재 인수위 사무실로 사용하는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일은 없도록 청와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역시 자신들이 '점령군'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인식하고 한층 겸허한 자세로 정부 인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등 윤 당선인 일부 측근들의 발언은 힘자랑처럼 비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을 겨냥해 "윤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확전을 자제할 때다.

인수위가 이날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한 고강도 경고성 조치이며, 여기에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실렸다고 한다. 정부 이양 작업의 차질이 실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두 달이 채 못 되는 인수위 기간은 새 정부의 초석을 쌓는 중차대한 시기다. 코로나 상황이 날로 위중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경제상황도 심상치 않다. 양측 모두 자제하고 통합과 협치의 대선 민의를 곱씹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장 오늘이라도 조건 없이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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