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주 '검수완박' 공론화 없이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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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민주 '검수완박' 공론화 없이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
  • 연합뉴스
  • 승인 2022.04.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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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2 [국회사진기자단]
발언하는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2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떼어내기로 한 것이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 방지 방안이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법 시행 시점은 7월로 미루기로 했다. 법안의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표결 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추인됐다고 한다. 의원총회에 앞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관련 법안을 4월 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5월 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 때 공포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청와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찬성이나 반대 등 어떤 입장을 내놓든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검사장이 지명됐다. 한 검사장은 민주당이 극도로 껄끄러워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 시대의 과제이자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 권력 집단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당론 채택에 앞서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도 건너뛰었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이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검수완박이 완성되면 검찰 조직은 기소와 재판만 맡게 되고, 그동안 해오던 수사는 모두 경찰로 넘어간다.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관련된 대장동 의혹, 문재인 정부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도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 1차 검찰 개혁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단계이고, 검찰의 6대 범죄를 종국적으로 어디에 맡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속도전을 벌이는 데 대해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민변과 참여연대도 우려를 표시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이 먼저"(참여연대)이고 "수사 공백을 채울 대안부터 먼저 마련해야"(민변)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사법고시에 합격한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는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에 속도전의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3일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검사에게 영장 청구권을 부여한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헌법 파괴행위"라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김오수 검찰총장도 "헌법 위반"이라며 국회 설득이나 헌법소원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인사청문을 앞두고 인화성이 강한 검찰개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은 극한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공직자·권력자의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면죄부로,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법안"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강행 처리 의사를 밝힌 만큼 임대차 3법이나 공수처법 때와 마찬가지로 통과 가능성은 커 보인다. 민주당은 선출 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선출 권력의 행위라고 해서 무조건 정당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에서 권력이 교체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대선 직후 검찰이 보인 일련의 행보가 민주당을 자극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는 태세로 바꿔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새 정부를 상대로 국민통합과 협치를 요구하는 모습과도 맞지 않는다.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대해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를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곱씹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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