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살얼음판 정국서 최측근을 법무장관에 지명한 윤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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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살얼음판 정국서 최측근을 법무장관에 지명한 윤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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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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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소개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소개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검찰 재임 시절 SK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한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이다. 이로 인해 추미애ㆍ박범계 장관 하에서 잇단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명확한 사유 없이 근태 감찰을 받는가 하면, 독직 폭행 논란, 검언유착 의혹으로 고소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면서도 의리를 지킨 한 후보자에 대한 윤 당선인의 고마운 심경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 인터뷰에서 "거의 (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며 한 검사장을 중용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한마디로 파격인 셈이다.

윤 당선인은 "법 집행 분야뿐만 아니라 검찰에서의 기획 업무 등을 통해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만 22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모든 검사가 선망하는 서울지검에 초임 발령을 받고, 이후 엘리트 검사 코스를 밟아온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검찰 내에 많은 사람이 인정한다. 능력 있는 사람을 신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로 정국이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최측근 인사를 해당 부처 장관에 지명하는 것이 옳았는지는 의문이다. 윤 당선인 입장에선 꼬인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인사로 인한 정국 급랭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줄을 잘 서야 출세할 수 있다는 검찰의 구태정치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 " 검찰개혁 요구에 검찰 권력 사유화로 답했다"면서 이번 인사를 4월 검수완박 법안 국회 처리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이에 맞서 한 후보자는 지명 일성으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청문 정국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172석 거대 야당으로 인해 차기 정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사람들은 '협치'를 주문하는데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여전하고, 하루가 멀게 뛰어오르는 물가로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세계는 신냉전의 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있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긴장 지수를 높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구조로의 발 빠른 재편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정부가 국가를 이끌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은 간절하다. 특히 새 정부의 첫 내각은 향후 5년의 국정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1차 내각 인선 후 다양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온통 한동훈 후보자 지명과 향후 파장에 관한 얘기뿐이다. 차기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기를 꺾어 놓겠다고 달려드는 쪽이나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마다하지 않는 쪽이나 국민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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