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공직 청년들] ① '안정된 직장'보다 삶의 다른 가치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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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공직 청년들] ① '안정된 직장'보다 삶의 다른 가치 찾으려 했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4.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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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수험생활 거쳐 합격하고도 젊은 공무원 조기 퇴직 증가추세
재직년수 적을수록 만족도 낮고 젊고 직급 낮을수록 이직 의향 높아
붐비는 공무원 학원[연합뉴스 자료사진]
붐비는 공무원 학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 '공무원 퇴직할 수밖에 없던 이유', '공무원 퇴사 기록', '행복을 위해 공무원 퇴사합니다'

유튜브에서 '공무원 퇴사' 또는 '공무원 퇴직' 등을 입력하면 검색되는 동영상의 제목들이다. 임용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 공무원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원면직된 후 만든 영상들이다. 퇴직 후 바뀐 일상에 대한 소소한 스케치부터 공무원 재직 당시 느꼈던 회의감, 퇴직을 결심한 이유 등이 담겼다.

최근 들어 낮은 연차에 퇴직을 선택한 뒤 이런 영상을 올리는 젊은 전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영상들은 많게는 조회수가 10만건을 넘을 정도로 관심을 끄는데, 댓글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연차가 비슷한 현직 공무원 동료들은 "나도 같은 마음"이라며 강력한 공감을 나타낸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재직년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4천712명에서 2018년 5천166명, 2019년 6천147명, 2020년 8천442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초임 공무원의 퇴직은 2018년 951명에서 2019년 1천769명, 2020년 1천610명으로 최근 크게 늘었다.

[그래픽] 재직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 추이
[그래픽] 재직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 추이

공무원은 국가라는 '어지간하면 망하지 않는' 고용주를 뒀고,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되지 않아 고용 안정성도 높은 직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힘든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과정을 거쳐 공직에 입문하고도 결국 사직서를 쓰는 젊은 공무원들은 이런 이점을 포기하면서라도 삶의 다른 가치를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직에 대한 젊은 공무원들의 인식은 윗세대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 열정, 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만족 인식'에서 재직년수 5년 이하 공무원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직 가치와 개인 가치의 일치성 인식 등을 보는 '조직몰입 인식', 공직 가치와 공공봉사 동기 인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만족도는 높아졌다.

이직 의향도 20대·재직기간 5년 이하·직급 8~9급이 가장 높아 나이가 어릴수록, 재직기간이 짧을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젊은 나이에 공직을 그만둔 전직 공무원 3명으로부터 재직 당시 느낀 공직사회의 분위기와 업무처리 방식, 퇴직을 결심한 사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10년 이상 공직생활을 이어 오며 직업에 안착한 선배 공무원들과 전문가 의견도 들어본 뒤 3편의 기사에 담았다.

민원실 창구[연합뉴스TV 제공]
민원실 창구
[연합뉴스TV 제공]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퇴직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어떤 이는 '위는 놀고 아래만 일하는' 조직 분위기 탓에 초임 공무원에게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없이 과중한 업무가 몰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은 경험을 털어놨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도 않는 현실에 급여도 낮아 보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점, 연일 민원인에게 시달리며 자존감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 동기부여를 막는 연공서열식 보상 문화 등도 이들이 좌절을 느낀 이유였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젊은 공무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지난 2월 전주시 소속 9급 시보(試補) 공무원이 입사 한 달 만에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월에는 전남 순천의 법무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20대 공무원이 역시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적은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직은 부서마다 업무 부담이 다르고, 일정 직급 이상이 되면 업무에서 상당 부분 손을 떼도 된다는 인식도 여전해 전체적으로 일 분배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아이디어를 개발해 보상을 받으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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