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여론 앞에 선 필리버스터와 '회기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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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여론 앞에 선 필리버스터와 '회기 쪼개기'
  • 연합뉴스
  • 승인 2022.04.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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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필리버스터 종결 의석수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하면서 이제 검찰개혁 법안은 국회 내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그래픽]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필리버스터 종결 의석수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하면서 이제 검찰개혁 법안은 국회 내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전격 합의했다가 국민의힘이 파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시작되는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과 검찰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처리를 최대한 늦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에 대해 소수당은 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있다.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의원 1인당 한 번만 단상에 설 수 있다. 현재까지 기록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갖고 있다. 2020년 12월 14일 민주당의 공수처법ㆍ국정원법ㆍ남북관계 특별법 개정안 등 3개 안건에 대해 무려 12시간 47분 동안 단상을 떠나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필리버스터에는 6일 동안 89시간 5분에 걸쳐 여야 21명이 나섰다. 어떤 의원은 화장실 가는 것을 참으려고 기저귀를 차고 단상에 섰다고 했고, 한 국무위원은 필리버스터가 길어지자 자리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는 참여할 의원이 없으면 필리버스터는 끝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투표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 종결할 수 있다. 3분의 2면 180석이다.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 시작 뒤 24시간 이후에 가능하다. 최소 24시간의 토론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71석. 여기에 정의당 6석,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6석을 더하면 183석이다. 정의당은 당초 4월 입법 강행에 반대했으나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파기한데다 선거범죄 직접 수사권을 연말까지 검찰에 두자는 요구가 수용되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법안처리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법안에 다소 미온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질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회기를 쪼개는 일명 '살라미 전술'까지 동원할 태세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다음 회기가 열리면 해당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고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방안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경우 대응책과 관련, "박 의장과 상의를 해야겠지만 회기 종료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회의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변수는 남아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의중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현재 무소속인 박 의장은 예정됐던 미국 순방도 취소한 채 중재안을 제시해 극적인 여야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국민의힘이 사흘 뒤 이를 뒤엎으면서 박 의장 또한 중재안으로 기울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합의 파기 뒤 원안 대신 박 의장이 낸 중재안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의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됐으나 박 의장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공포한다. 이의가 있으면 사유를 붙여 국회로 다시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 요구된 법률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다시 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민주당과 정부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법안 표결처리와 공포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다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수당의 독주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남아있다.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과 맞물려 협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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