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임기말 특사, 요구 넘칠수록 '최소화' 원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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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임기말 특사, 요구 넘칠수록 '최소화' 원칙으로
  • 연합뉴스
  • 승인 2022.04.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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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국민청원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2022.4.29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 국민청원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2022.4.29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 특별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특정인을 사면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어 대통령의 고심을 깊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영상 답변에서 "청원인과 같은 의견(사면 반대)을 가진 국민들이 많은 반면에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밝혀 특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퇴임 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등의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임기 말 특사에 대한 실무 검토는 끝났고 최종 결심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특사는 법무부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고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만약 하게 된다면 시기는 임기 종료일 전날인 8일 석가탄신일이 유력하다. 다음 주 초중반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여 결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면대상으로 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은 최근 이 전 대통령, 김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요청했다.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양 진영의 상징적 인사들을 사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불교계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정 교수의 사면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등 종교계 원로들은 정 교수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사면 탄원서를 냈다. 경제5단체는 삼성전자 이 부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20여 명의 이름이 담긴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특사는 잘못을 저질러 형이 확정된 범법자를 특별히 봐주고 없던 일로 되돌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자주, 폭넓게 단행하면 '죄를 지어봤자 힘 있고 빽 있으면 다 풀려나는구나'라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평범한 수형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크다, 엄정하고 공정하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사회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내 편의 사면은 요구하고 네 편의 사면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격적인 특사가 이뤄졌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제외됐다. 국민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비서실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MB계 인사들은 대선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현 정부에 압박하면서 신ㆍ구 권력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제5단체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횡령, 배임 등 기업인의 경제범죄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 경제위기를 거론하기에 앞서 되풀이되는 '오너 리스크'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에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이 희미해지면 안 된다. 국민통합을 거론하며 털고 가자는 식의 '통 큰 사면'은 사법 정의에 어긋난다. 그래도 꼭 해야만 한다면 최소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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