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법 무력화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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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회법 무력화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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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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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에게 항의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병석 의장에게 항의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한 축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를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의 이 검찰청법 개정안은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무소속,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고성과 욕설, 삿대질, 육탄전이 난무한 가운데 법안이 통과되면서 대한민국 국회는 또 한 번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제 3일로 예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입법은 마무리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 기능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완성하면 국민이 인정하고 결국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71석의 민주당이 단 한 번의 공청회나 토론도 없이 국회법 절차와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유린하며 국민 반대가 거센 검수완박 악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직접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모두 가졌던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고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갑자기 현 정부 임기 내 처리하겠다고 서두르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국회 법사위 사보임과 자당 소속 의원의 고의 탈당 등으로 절차적 정당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훼손됐다.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고 법안을 숙의하기 위해 여야 동수의 안건조정위를 구성토록 한 국회선진화법을 꼼수로 무력화시킨 민주당의 무리수는 국회 역사의 오점으로 두고두고 남게 될 것이다. 아무리 대의가 옳아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데,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스스로 그 원칙을 허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개정안을 민주당과 합의했다가 뒤늦게 여론의 반발이 일자 철회하면서 무책임과 무능을 동시에 보여줬다.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에 나섰지만 "자신들이 합의했던 안을 거부해달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다급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는 새 대통령 취임 전에 검찰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권 박탈 조치가 꼭 필요하다면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으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부터 설치해 사법 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는데, 선후를 바꿔 입법 무리수를 강행한 것이다. 법안 통과 직후 대검찰청이 "70년 이상 축적한 검찰의 국가 수사역량을 한순간에 없애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핵심적인 절차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통과됐다"고 개탄한 이유일 것이다. 검찰은 문 대통령에게 위헌ㆍ위법적 내용 및 절차, 국민적 공감대 부재,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한 심각한 수사 공백 등의 문제점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성급하게 힘으로 밀어붙인 법안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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