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격화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G2 사이에 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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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격화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G2 사이에 낀 한국
  • 연합뉴스
  • 승인 2022.05.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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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반도체 자립 등 '과학굴기' 박차…미, 중 견제 핵심기술 육성
한국 원천기술 부족 '추격자'…"과학 중견·강소국과 협력 강화를"

"2021년 매출 감소에도 수익과 현금흐름 창출 능력은 향상되고, 불확실성 대처 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업체 가운데 하나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3월 28일 중국 광둥성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자평인 셈이다. 멍 CFO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6천368억 위안(약 122조 원)으로 전년보다 28.6% 줄어 19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지만 순이익은 1천137억 위안(약 21조7천억원)으로 75.9% 급증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술 시장에서 약진하던 화웨이는 2019년 5월부터 미국의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외국 기업도 화웨이와 그 계열사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중국의 IT 산업을 견제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갈등의 중심에 섰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 공급망을 일그러뜨린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면서 주요 2개국(G2,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이 더 가열되고 있다.

미국, 중국 화웨이 제재 (PG)
미국, 중국 화웨이 제재 (PG)

◇ 미국 위협하는 중국…중국 견제 강화하는 미국

중국의 싱크탱크인 하이궈투즈연구원의 딩딩천 원장은 이달 2일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의 초점이 교역 문제에서 기술 문제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 IT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탄압'을 전망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 기술이 제조, 금융, 농업, 교육, 커뮤니케이션, 운송 등 모든 분야를 위한 랠리 포인트(집결지)가 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기술을 통해 글로벌 산업망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를 분명히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중국의 대응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견제가 심화하고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수출 주도형 경제체제 개선과 내수 확대를 기반으로 국내외 경제 순환을 촉진하겠다는 일명 '쌍순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50년까지 과학기술 혁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과학 굴기'를 장기 목표로 설정한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과학기술진보법을 개정·시행하고 있다. 개정 법률에는 기초연구 강화, 지역 과학기술 혁신, 국제 과학기술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중국은 5G, 인공지능(AI), 재생의료, 자율주행, 사이버 보안 등 첨단기술 분야의 특허 보유와 제품 수출 규모 면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하며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대표적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놓고 미·중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210억 달러(약 26조6천억원) 규모의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 조성과 첨단 메모리 반도체 국산화 등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 행보를 강화하는 이유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 혁신경쟁법'을, 하원은 올해 2월 '미국 경쟁법'을 각각 의결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과 첨단기술 육성,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AI, 반도체, 양자 정보과학 등 10대 핵심기술 육성에 5년간 1천500억 달러(약 189조8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양자는 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암호통신 등에 응용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무역기술위원회(TTC)를 만들어 지난해 9월 1차 회의를 연 데 이어 이달 중순 2차 회의를 개최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비롯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10개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DB 및 재판매 금지]
정부, 10개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DB 및 재판매 금지]

◇ 한국, 10개 전략기술 집중 지원…"미중 통상갈등 확대 대비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술 주권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차전지, 5G 등을 제외하면 아직 추격자 위치로 기술 패권 경쟁에서 지렛대로 쓸 원천기술이 많지 않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명이다.

최고 기술국 대비 국가별 기술 수준을 보면 양자는 중국 93.2%, 일본 90.4%, 한국 62.5%다. AI는 중국 91.8%, 일본 88.2%, 한국 87.4%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2월 AI, 5G·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등 10개를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했다.

이들 기술을 집중 지원해 2030년까지 기술 수준을 최고 기술국 대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경선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기술 육성 및 지원 체계는 소관 부처와 근거 법률이 다양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중심으로 필수전략 기술의 통합적인 지원·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중과의 지속적 협력, 과학기술 중견국(인도·브라질 등) 및 강소국(스위스·덴마트·네덜란드 등)과의 보완·전략적 협력 확대를 주문했다.

미국의 대중 통상 전략이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수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 '2022년 USTR(미 무역대표부) 보고서로 본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미·중 통상 갈등이 미국·EU 주요국 대 중국의 대립 양상으로 확산하면서 서로에 대한 제재 근거로 국가·경제 안보를 활용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의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대중 통상 관련 법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기업의 제재 대상 적용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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