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담대한 국정 비전 내놓지 못하고 해단한 대통령직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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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담대한 국정 비전 내놓지 못하고 해단한 대통령직 인수위
  • 연합뉴스
  • 승인 2022.05.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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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국정과제 설명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2022.5.3 [공동 취재]
새 정부 국정과제 설명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2022.5.3 [공동 취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50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4일 해단했다. 지난 3월 18일 출범한 인수위는 지난 3일 새 정부 국정 과제 발표를 끝으로 사실상 업무를 종료한 뒤 이날 공식 해단식을 가졌다. 인수위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비전, 그리고 국익·실용·공정·상식의 4대 국정 운영 원칙을 토대로 1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꼼꼼히 점검해 실현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이를 토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실천 방안과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국정 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 여섯 개로 정해졌다. 발표된 내용은 보수 정권의 일반적 특징인 '작은 정부'로 수렴된다. 대통령실 축소, 다양한 분야의 민관합동위원회 설치,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고용 촉진,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경제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최근 인수위 활동에 자부심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인수위가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간의 평가는 다르다. 존재감도 없고, 색깔도 없는 인수위라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는 기대와 의욕이 넘치는 역동적 시기인데 인수위가 이를 담대한 비전과 선명한 정책으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이유이다. 인수위가 내놓은 국정 과제는 대부분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일반 가치에 기반한 것이지만 여기서 한두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쉽다. 역대 정부는 맞든 틀리든, 또 성공했든 실패했든 인수위 기간이나 집권 초반에 인상적인 국정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 등이다. 굵직한 정책 비전이 사라진 빈자리는 법적, 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한다거나 스쿨존 제한속도를 심야에 시속 30㎞에서 40㎞나 50㎞로 완화한다는 등의 지엽적인 문제들이 채웠다. 또 초반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신·구 권력의 갈등, 후반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가 정국의 블랙홀이 되면서 인수위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안 위원장이 일정을 중단하거나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사퇴하는 등의 업무 외적 갈등이 오히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수위가 이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성격과도 관련돼 있다. 회고적 투표의 경향이 강해 거대 담론 대신 네거티브만 난무한 비호감 대선이었으니 선거 후에도 큰 그림의 정책 비전이 금방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박빙의 접전 끝에 윤 당선인이 승리했으나 정치 지형은 공약을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려운 여소야대 구도이다. 실제로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 철학 실현의 첫 단추인 정부 조직 개편에는 "국민과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손도 대지 않았다. 다음 달 실시되는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 선거도 신경 쓰일 것이다. 선거에서 패할 경우 소위 '취임덕'이 현실화하면서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여론과 국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것은 맞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선거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인수위의 성과가 미흡했다면 이를 메꿀 책임은 이제 새 정부의 몫이다. 출범 직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좀 더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윤석열 정부 집권 5년의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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