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여소야대 식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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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여소야대 식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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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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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까지 7명의 대통령 중 노태우ㆍ김영삼ㆍ박근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취임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임기 중 '인위적 정계 개편'을 통해서건, 총선을 통해서건 여대야소로 정국을 전환했다. 전두환 정권의 의석수를 이어받아 여대야소로 출범했던 노태우도 임기 첫해 치러진 1988년 총선에서 민정당이 125석에 그쳐 여소야대가 되자, 1990년 김영삼ㆍ김종필과 3당 합당을 결행해 216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정부로 출범했던 김대중도 160석 한나라당의 반대로 김종필 총리 인준부터 어려움을 겪자 야당 의원 빼 오기 등을 통해 의석수를 불려 여대야소로 개편했다. 노무현 역시 출발은 여소야대였지만,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의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인위적 정계 개편이 아닌 선거를 통한 첫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었다. 이명박은 대선 압승 후 5개월 만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까지 복당하면서 170석까지 여당 몸집을 불렸다. 박근혜 정권은 이런 여대야소 정국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여소야대가 됐고, 결국 탄핵을 받고 물러나는 첫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120석의 소수 여당으로 출범했지만, 군소정당과의 정당 협의체를 가동해 국정을 운영하다 2020년 총선에서 범여권이 180석을 넘는 압승을 거두며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었다.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은 이 압도적 원내 의석을 가진 야권을 상대해야 하는 여소야대 정국의 대통령이다.

87년 체제 이후 8명의 대통령 가운데 5번째 여소야대 정부 출범이니 그다지 생소하거나 의외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벌써 식물 정부 우려가 파다하다. 과거 여소야대 정국에서 취임했던 대통령 누구에게도 식물 운운하는 얘기가 나온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향후 5년 대한민국호(號)를 책임질 선장을 취임 초부터 공격해 나라에 득이 될 일이 없다고들 판단했고, 워낙 차기 권력의 위세도 대단했다. 그런데 이번엔 완연히 다르다. 대선 직후 허니문은 고사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에서 시작해 인사권 행사, 검수완박법안 논란, 현직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선인 비판에 이르기까지 신구권력은 하루가 멀다고 충돌했다. 취임식 전날까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고, 18명의 국무위원 후보자 중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5명에 불과하다. 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신정부 출범 후 열린다. 야당이 새 정부 구성에 이토록 비협조적인데도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개헌론이 끊이지 않는 전형적인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그런데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이처럼 강하게 차기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오로지 '여론' 때문이다. 당선인 지지율이 50%를 밑도는 것은 처음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기대치는 80∼90%대를 넘나들었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스레 밝히면서 퇴장하는 모습도 낯설다. 그는 퇴임 직전까지 40%대 지지율을 유지한 이 나라의 첫 전직 대통령이다. 완전히 두 쪽 난 여론지형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6ㆍ1 선거 결과가 말해 주겠지", "이재명이 민주당을 장악하면 정계 개편이 일어나지 않을까?", "검찰도 저 모양이 됐는데 인위적 정계 개편은 무슨", "동식물도 공생하며 사는데 동물 국회, 식물 정부가 함께하면 어때", "정치도 생물이긴 하지 크크", "윤석열은 팔자에 없이 대통령이 돼서 쯧쯧…" 술자리에서 차기 정부와 대통령을 걱정하는 숱한 얘기들이 오간다. 그동안 별말 없던 한 친구가 받는다. "세상에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임기 첫해 대한민국 대통령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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