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낫는 요로감염증, 항생제가 되레 재발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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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낫는 요로감염증, 항생제가 되레 재발 부추긴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5.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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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론 방광 세균만 제거, 장의 원인균엔 '속수무책'
장의 유익균 사라져→ 염증 반응 조절도 교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
항생제가 안 듣는 슈퍼버그다제내성균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2만 배 확대한 전자현미경 이미지.[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항생제가 안 듣는 슈퍼버그
다제내성균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2만 배 확대한 전자현미경 이미지.[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소변 횟수가 늘고 배뇨(排尿) 통증이 심한 요로감염증(UTIs)은 치료도 까다로운 병이다.

항생제 치료를 하면 일단 증상이 사라지지만, 얼마 못 가 재발하는 환자가 많다.

남성보다 더 취약한 여성의 경우 치료 환자의 약 4분의 1이 6개월 이내에 재발한다.

아주 심할 땐 요로감염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몇 개월 단위로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요로에 감염한 세균은 항생제 치료 후에 왜 자꾸 재발하는 걸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요로감염증 재발 원인이 밝혀졌다.

감염증을 치료하려고 투여한 항생제가 오히려 재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쓰면 당장의 증상은 사라져도 다음번 요로감염증에 더 쉽게 걸리는 '재발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항생제를 투여해 방광에 감염한 세균은 박멸할 수 있지만, 장(腸)에 남은 원인균은 제거하기 어려웠다.

장에 살아남은 세균이 다시 증식해 방광으로 퍼지는 게 요로감염증의 재발 경로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Micro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브로드 연구소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명과학 연구 기관이다.

인간과 동물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장균(E. coli) 이미지[미국 신시내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과 동물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장균(E. coli) 이미지
[미국 신시내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항생제가 요로감염증의 재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장의 미생물총(전체 미생물 집단)을 구성하는 유익균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장의 미생물이 면역계와 연관돼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재발성 요로감염증에 걸린 여성 환자는 염증 조절을 돕는 세균 그룹이 사라지는 등 장의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져 있었다.

이들 여성 환자는 또 혈액의 염증을 보여 주는 면역학적 특징도 확연히 드러났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스콧 헐트그렌 분자 미생물학 석좌교수는 "요로감염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병원을 찾는 여성은, 개인위생에 유의하라는 조언을 듣곤 하는데 의사들은 근본적으로 요로감염증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모른다"라면서 "가진 게 항생제뿐이니 투여량을 늘리게 되고, 이런 관행이 문제를 더 악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요로감염증은 대부분 대장균((E. coli)이 방광에 감염해 생긴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요로감염증이 자꾸 재발하고 어떤 환자는 한번 치료로 없어진다.

헐트그렌 교수팀은 그 이유를 밝히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먼저 재발성 요로감염증 병력이 있는 여성 15명과 그렇지 않은 여성 16명으로 각각 실험군과 대조군을 구성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모든 피험자로부터 소변과 혈액 샘플을 채취했고, 그 후엔 월 단위로 분변 샘플을 받았다.

분변과 소변에 어떤 세균이 있는지 검사해 비교했고, 혈액으론 유전자 발현도를 측정했다.

약 1년간 모두 24건의 요로감염증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 건도 예외 없이 재발 병력을 가진 실험군에서 나왔다.

놀랍게도 요로감염증이 반복되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차이는 장의 대장균 종류나 방광에 대장균이 존재하는지에 있지 않았다.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요로감염증을 일으키는 유형의 대장균이 장에 존재했고 각 그룹의 일부만 이 유형의 대장균이 방광에 침입한다는 것도 비슷했다.

진짜 차이는 장 미생물총의 구성에 있었다.

재발성 요로감염증에 걸린 여성은 장의 유익균 종(species)이 다양하지 못해, 감염증의 원인균 종이 더 많이 증식할 기회가 생겼다.

이런 여성은 특히 부티라트(butyrateㆍ낙산염)를 생성하는 세균이 장에 없었다.

부티라트는 항염(抗炎) 작용을 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을 말한다.

대조군의 여성 피험자는 방광 염증을 일으키기 전에 대장균을 제거할 수 있지만, 재발 병력을 가진 실험군 여성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이 방관에 침입했을 때 장 미생물의 매개로 촉발되는 면역 반응이 확연히 서로 달랐다.

장의 미생물[게티이미지뱅크. 재판매 및 DB 금지]
장의 미생물
[게티이미지뱅크.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는 항생제를 대체할 만한 요로감염증 치료제가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는 걸 부각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브로드 연구소의 콜린 워비 박사는 "항생제로는 미래의 감염증 출현을 예방하지도, 현재 요로감염증을 일으키는 대장균 종을 제거하지도 못한다는 게 이번 연구를 통해 분명히 입증됐다"라면서 "항생제는 장 미생물총의 혼란 상태를 지속해 요로감염증의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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